내 이름은 루시 바턴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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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을 살아가다보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잠시 멈추어야 할 때가 있다. 시기만 다를 뿐이지 그 순간은 누구에게나 온다. 그러면 그때서야 우리는 지난 삶을 돌아보기도 하고, 옆에서 함께 걸어준 사람들을 생각하게 된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 또한 9주 가까이 병원에 입원하게 된 주인공이 병원에 누워있으면서 기억을 통해 소환해 낸 어린 시절과 가족 이야기로 진행된다.

 

이제는 꽤 지난 일이 되었지만, 내가 구 주 가까이 병원에 입원해야 했던 때가 있었다.’

 

  첫 문장 때문에 나는 이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이 갖는 일종의 동질감과 힘내라고 격려해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나는 퇴원하면 보도를 걸을 때 나도 그렇게 걷는 사람 중 한 명이라는 사실에 감사하는 마음을 절대 잊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여러 해 동안 정말로 잊지 않았다. ―― 병실 창문에서 내려다보았던 풍경을 떠올리며 내가 그 보도를 걷고 있음을 다행으로 여겼다.’ 10,p

 

  나도 골절 사고로 2주 동안 병원에 입원하고, 집에서 쉬는 동안 가을이 지나갔었다. 그때 처음으로 햇빛이 기우는 방향을 따라 책을 읽기도 했고, 가족과 친한 지인들은 물론이고, 생각지도 못했던 분들에게 위로와 힘을 얻었다. 그로 인해 나는 작은 일에도 고마워하고, 감동하며,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일에도 자연스러워졌다. 돌아보면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다. 그것을 인식하든 그렇지 않든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중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고, 그래서 더 잊을 수 없는 것은 유년시절 가족일 것이다. 주인공 또한 멀리서 자신을 위해 찾아온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지난날을 되돌아본다.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 비참했던 어린 시절이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어제 일처럼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숨기고 싶은 아픈 기억과 가족들, 부끄럽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고, 앞으로도 변화 시킬 수 없는 내 모습이 과거와 오늘, 내일의 나에게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지금은 나는 그동안 살아온 내가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니까. 무엇보다 지난 날 아프고 힘들고 창피했던 모든 일들이 현재의 자신을 만들어낸 요소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된 지금, 지식을 쌓고 경제적으로 좋아졌지만, 여전히 헤매고 좌절하고, 외로움에 허우적거리거나 슬퍼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의 삶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겠지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만 있다면 우리는 각자의 삶의 꽃이 될 것이다. 빛깔과 향기, 모습은 다르겠지만 가슴속에서 싹을 틔워 손과 발 위에서 꽃을 피우는 아름다운 삶 말이다. 루시 바턴이 어린 시절 외로움과 가난 속을 걸어온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나에게 와서 꽃이 되었고,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해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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