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는 어른 - 김지은 평론집
김지은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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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알···(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다. 저번 주에도 다섯 남자의 수다가 이어졌는데, 그중에서 소설가 김영하씨가 했던 말이 마음에 남았다. 요약하면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가 많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그것을 읽고 공감하면서 그들도 인격을 가진 존재라는 인식이 퍼져나갔다는 것이다. 그만큼 세상은 진화했고, 어린이들의 세상은 넓어졌다.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그래서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좋은 동화와 안내서가 필요하다. 김지은의 <거짓말하는 어른>은 동화에 대한 평론집이다. 동화라 할지라도 평론이란 선입견 때문에 전체적으로 읽기에 딱딱할 줄 알았는데 재미있게 술술 잘도 읽혔다. 책을 읽다가 내가 읽었던 동화에 대한 평이 나오면 나와 다른 저자의 관점에 대해 새로운 눈으로 바라 볼 수 있었고, 같은 생각을 한 경우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나홀로 책을 가운데 놓고 저자와 대화를 나누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은 ‘1부재 _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2목소리_ 나에게 말을 걸어준 동화/ 3_ 책을 넘어서 사람을 향해로 이루어져 있다. 주제에 따라 소개되는 동화의 평론을 읽다보면 동화를 쓴 작가와 주인공들, 그리고 이 책 저자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동안 둔해져 있던 어른들의 마음에 울림을 준다. 작가는 책머리에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어린이에게 좋은 세계는 어른이 얼마쯤 눈길과 손길을 거두어도 편안하게 놀 수 있고 이것저것 마음껏 해 볼 수 있는 세계다. 그런 세계에서 어린이는 우리끼리 해봤는데 재미있는 걸.’ ‘조금만 더 하면 어른들이 만든 것보다 더 멋지게 되겠다.’ 하면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밝은 기운을 모은다. 좋은 아동문학에는 어른 문지기가 없다. 어린이들의 시끌벅적한 목소리가 가득하다. (5p)

 

  많은 사람들의 경우 청소년 시기에 부모님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집을 비우던 날, 친구들을 불러 밤새 놀았던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나또한 떡볶이나 라면을 만들어서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며, 밤새도록 만화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경험이 있다. 그때 친구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모아서 책으로 만든다면 몇 권의 책이 나올지 모른다. 어른이 된 지금도 그때 느꼈던 묘한 해방감은 잊을 수가 없다. 어른들이 부재한 작은 공간에서 느꼈던 자유는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는 우리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신비한 여행 같았다. 그래서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갔다.

 

  누구보다도 어린이들은 자기만의 꿈을 꾸고 그것을 마음껏 상상해 나갈 권리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언제부터인가 꿈을 저당 잡히고, 시간이라는 굴레 안에 갇혀 쳇바퀴 도는 일만 반복한다. 자기들만의 공간, 시간, 우정, 놀이까지 빼앗긴 어린이들에게 가난이 더해지면 그들은 책과 더욱 멀어진다. 요즘 얼마나 되는 어린이들이 오로지 순전한 재미를 느끼기 위해 책을 읽을지 의문이 든다. 슬프게도 많은 어린이들은 시험이나 숙제, 논술과 관련되지 않으면 책 읽을 권리마저 빼앗기고 만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이 평론집은 어른들, 특히 학부모나 선생님들에게 함께 일독할 것을 권하고 싶다.

 

  어린이들이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때 그들은 매일 밤 부모들에게 책을 읽어 달라고 조르고 떼를 썼다. 문자를 알기도 전 그들은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껏 상상하고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갔다. 자기만의 세계를 상상하며 잠자리에 들었던 아이들은 꿈속에서 분명 행복했을 것이다.(때론 늑대, 사자와 싸웠을지도 모르지만.)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마음껏 동화를 읽고 자신들의 세상을 말할 수 있도록 책 읽을 권리를 찾아 주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좋은 동화들이 많이 나와 있고, 지금도 창작되고 있다. 그 속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잠시 길을 잃었다면 이 책에 소개된 동화들을 길잡이 삼아 다시 읽기를 시작하면 될 것이다.

 

외톨이에 말더듬이인 주인공 두덕씨는 마을 사람들이 멍청이라고 놀리는데도 탐정의 길에 뛰어든다. ‘잘되리란 보장은 없지만 포기하는 것보다 백번 낫다는 게 그의 각오다.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은 행동에 날개를 달아준다. 자유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나는 하고 싶은 것을 벌써 하고 있고, 또 지금도 내가 참 재미있다는 마음이야말로 앞으로 더 재미있는 일에 뛰어들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명탐절 두덕씨, 67p>

 

  중학교 수학시간, 교과서 밑에 내가 좋아했던 소설책을 깔아놓고 몰래몰래 읽으며 즐거워했던 일이 생각난다. 선생님에게는 조금 죄송했지만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 짜릿한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고 경험하는 나와 같은 어린이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선생님께 들켜 혼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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