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속의 우주 - 질병부터 성격까지 좌우하는 미생물의 힘 테드북스 TED Books 4
롭 나이트.브랜던 불러 지음, 강병철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다보면 수많은 미생물들이 사람 몸속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혹은 인간이 달에 착륙하여 그 표면을 천천히 걸었던 것처럼 얼굴과 손바닥 위로 무언가 꾸물꾸물 기어 다니는 아주 작은 생물체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아주 옛날부터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며 인생의 동반자로 살아온 미생물들. 인간은 그 존재를 알면서도 마치 없는 것처럼 여기며 살아왔다. 그러나 이 미생물들이야말로 우리 몸속과 피부 위를 터전 삼아 종횡무진하며, 인간과 최후까지(아마 인간이 멸종한 후에도) 살아나갈 존재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 미생물에 대하여 제대로 알아갈 수밖에, 그리고 그들과 서로 조율해 나가면서 살 수밖에 없다.

 

 우리가 무엇을 먹고, 어떤 환경 속에서 누구와 살고 있는지에 따라 우리 몸에 살고 있는 수많은 미생물들의 종류는 달라진다. 신생아의 경우 장내의 미생물들은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그 이후 먹는 모유나 음식물에 따라 아기 몸속의 미생물들은 다르게 변한다. 코와 입에는 포도상구균과 연쇄상구균들이, 위나 장에는 헬리코박터균을 비롯하여 수많은 미생물들이 우글우글 거린다. 오른손과 왼손에 살고 있는 미생물이 다르고, 먹는 음식과 살고 있는 환경, 기르는 강아지, 고양이 외에 어떤 반려동물들과 살고 있는가에 따라서도 각 사람들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이 다르며, 그 종류나 수는 매우 다양하고 많다. 이 미생물들이 서로 작용하고 반응하면서 각 사람마다 신체에서 나는 냄새와 기질, 병과 성격까지 다르게 만들고 있다.

 

 나는 평소 비염이 심한 편이다. 친구들이 살고 있는 제주도나 지리산 쪽으로 여행을 가면 증상이 완화되기는 하지만 항상 코를 훌쩍거리며, 외출할 때는 손수건이나 휴지를 꼭 몸에 지니고 다닌다. 그뿐 아니라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친구 집에 놀러 가면 재채기하기가 일쑤고, 간혹 얼굴에 작은 소름이 돋기도 한다. 가장 억울한 것은 어릴 적, 닭볶음탕을 먹고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이후로 성인이 된 지금도 닭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내 몸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과 관련이 있었다니? 그런데도 나는 미생물에 대한 지식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이처럼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과 먹는 음식, 접하는 사물이나 생물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 보아야할 때다. 그런 면에서 나뿐만 아니라 인류를 위해서도 앞으로 미생물에 대한 연구는 계속 되어야 하며, 연구 결과가 하나씩 하나씩 발표되고 실생활에 적용될 때마다 인간의 삶은 그 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로 바뀌게 될 것이다.

 

 끝으로 책을 읽으며 경각심을 갖게 된 것은 항생제에 대한 생각이다. 인류는 그동안 너무나도 많은 항생제를 사용해왔다. 자연계와 인간의 몸속에 다양한 항생제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가운데 인류를 협박하는 슈퍼 바이러스가 언제든지 나타나 인간을 공포 속에 밀어 넣을 수 있다. 항생제의 남용과 오용은 몸에 내성만 키우게 되고, 더 강력한 항생제를 요구하게 되었고, 그 부작용은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사실 항생제는 독이다. 인간보다 세균에 더 독성이 강할 뿐이다. …… 보통 미국에서는 오로지 크기를 키워 값을 더 받으려는 목적으로 가축들에게 저용량의 항생제를 투여한다. 항생제 저항성 면에서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고용량의 항생제가 거의 모든 세균을 사멸시키는 반면 저용량의 항생제는 세균의 내성만 키운다. 이러한 내성균이 정말로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어떤 방법을 써도 물리치기 어렵다. (6, 약이 되는 항생제, 독이 되는 항생제 중)

 

 우리는 얼마전에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공포를 체험했고, 내 옆에 앉은 사람이 하는 기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멀리하게 되었다. 알 수 없는 바이러스의 출현과 현재보다 더 강한 항생제의 사용은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 수밖에 없다.

 

 그동안 생명이 살아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존재해 온 미생물이 인류와 자연계에 좋은 영향을 미친 점을 생각해 볼 때, 다양한 미생물 연구와 그 결과를 적용시키는 일들이 현시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