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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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씨에게 보내는 첫 번째 편지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안녕하세요, 마스다 미리씨.

  저는 이제부터 당신에게 세 통의 편지를 보내게 될 것입니다. 지금 쓰는 편지는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이란 책을 읽고 도서관에서 쓰고 있답니다. 아마 두 번째 편지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를 읽고 제 방 책상에 앉아 쓰게 될 것 같고요, 세 번째 편지는 <주말엔 숲으로>를 읽고 드디어 3년 만에 제주도에 둥지를 튼 친구 집에서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당신을 크게 성공한 작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속에는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의 삶을 쫓아가는 평범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며 같이 나이 들어갈 수 있는 좋은 작가를 만났다는 것이 반갑고 좋았습니다. 당신은 대부분의 일에 크게 흥미를 갖지 못하지만 일단 선택하고 도전합니다. 그리고 곧 흥미를 잃거나 귀찮아합니다. 그래도 가봅니다. 그곳에 당신이 찾고 있었던 무언가가 있을 지도 모르니까요. 저도 그런 적이 많이 있습니다.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무언가를 선택하지만, 막상 그 일을 시작하거나 특정 장소에 가기 전에 귀찮아지거나 괜히 선택한 건 아닌가 하는 후회를 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616일부터 714일까지 5주 동안 남산도서관에서 열리는 남산 목요 인문학 세계 문학 고전읽기에 수강 신청을 한 일입니다.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두 시간 동안 강의를 들어야 하는데 친구들이 만나자고 보낸 문자 한 통에 금방 괜히 신청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시간이면 집에 가서 편히 쉬거나 지인들과 약속도 많이 잡히는 편인데,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러 가다니 정말 내가 잠깐 어떻게 되었던 것 아닌가 하고 후회했었거든요. 그래도 저는 이번 주에 강의를 들으러 갔습니다. 제가 찾고 싶은 무언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서요. 당신이 화려하다고 다 독버섯은 아닙니다.라는 말을 만난 것처럼 저는 그곳에서 햄릿은 복수극인가 복수지연극인가라는 질문을 만났습니다. 찾고 있는 무언가가 그곳에 있었습니다. 기뻤습니다. 당신이 쌍둥이 바람꽃은 5월이 되면 싹 사라집니다.라는 마음 설레는 말을 들었던 것처럼 to be or not to be, 선택지가 있다는 것은 내면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라는 말에 저도 설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많은 일에 흥미는 없지만 계속 가보기로 했습니다. 당신도 그럴 테지요.

 

  사람들은 보통 꿈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그러면 대부분 자신들이 하고 싶은 직업을 이야기합니다. 저도 제 꿈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 꿈은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것이었습니다. 정말입니다. 물론 지금 당장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정말 그렇게 살고 싶었고, 언젠가 그 꿈이 이루어지기를 지금도 바랍니다. 딱히 남들보다 뛰어난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나게 잘 하는 것도 없는 것 같기도 해서 무섭게 살지 않고 슬슬 살아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스피치 학원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했던 말들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 사람에게는 못하는 일이 있어도 되는 것 아닌가. 못하는 일과 하고 싶지 않은 일, 하려고 했다가 실패한 일, 그것도 역시 그 사람을 만드는 거죠. 잘하는 일만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에요.

                                                                                                                                                                                                                               p. 99~100

 

 그리고 이 말도 함께요.

 

-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을 스스로 지키세요.

p. 112

 저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 자신을 지키고 싶습니다. 어떤 목적을 갖고 높이높이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말입니다. 그리고 저는 특별히 뛰어난 재주가 있거나 잘 하는 것이 없어서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제가 세상에 대해 모르는 일, 가보지 못했던 곳, 겪어보지 못한 사건, 사고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계속 책을 읽으며 글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못하는 일이 있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올 봄에 한 작가 선생님으로부터 당신이 아직 등단하지 않았어도 꾸준히 작품을 쓰고 있다면 이미 작가이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무언가 찾고 있던 것을 만난 봄날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만약이란 나라에 살면서 이상적인 자신을 상상하고 노트에 그림을 그리고 구체적으로 그렸던 것처럼 저는 제 마음을 기도공책에 적고 또 적으면서 기도합니다. 그리고 조금씩 노력하고 변해가는 제 모습을 보면서 기뻐합니다. 조금씩 달라지는 제 모습을 기대합니다. 앞으로도 쭉~ 제 자신을 응원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도 응원하겠습니다. 평범하고 느긋한 작가생활에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는 이미 자신만의 인생 속에서 창조적 삶을 살아가는 작가라는 사실을 잊지 않을 겁니다. 평범한 우리의 느긋한 작가생활을 위해 아자아자 파이팅을 외쳐봅니다. 마스다 미리씨 <평범한 나의 작가생활>을 써주어서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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