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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왕 안티고네 외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
소포클레스 외 지음, 천병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월
평점 :
동서양의 훌륭한 고전은 그 나름대로의 가치를 인정받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교훈을 전해주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고전들이 또다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환경, 문화, 정치, 사회적 모습을 바탕으로 재해석 되고 또다른 작품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도 마찬가지이다. 장 아누이는 이 <안티고네>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독창적인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는 신의 법과 법(국가)의 대립이 주요 테마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 성격이 강한 안티고네와 크레온이 각각 세계의 양 극단을 대표하며 비교적 익숙한 대립 구도를 이룬다. 남성과 여성, 정치적 사고방식과 혈연적 사고방식, 이성과 감성, 올륌포스와 저승 등의 대비로 볼 수 있다. 한편 오늘날에는 크레온으로 대변되는 국가의 명령이 안티고네가 지키려는 불문법만큼 정당성을 갖지는 못한다는 해석이 주류를 이룬다.
반면에 장 아누이의 <안티고네>는 순수함과 자유, 절대적 행복이 주요 테마로 나타난다. 장 아누이의 안티고네는 어린애 같고 절대적인 것을 추구하며, 그것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거부하는 젊음의 반항을 보여 준다. 즉 현실과 타협하며 위선적인 태도로 살아가기보다는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것은 안티고네의 죽음 이후 자살을 하게 되는 하이몬에게서도 나타난다.
그리고 소포클레스의 크레온이 신의 법을 경시하는 오만한 폭군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장 아누이의 크레온은 섬세하고 고뇌하는 합리적인 통치자의 모습을 보인다. 그것은 안티고네를 살리려는 노력과 개인의 가치관보다 국가의 안위를 더욱 우선시하는 책임감 있는 왕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크레온의 모습은 완벽한 자유와 절대적인 것을 추구하며 그것에 위반되는 모든 것을 거부하고 죽음을 택하는 안티고네와는 대조적이다.
마지막으로 죽어가는 안티고네가 마지막으로 만나는 인간인 경비병을 통해 장 아누이는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고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한 사람들의 모습까지도 보여준다. 이는 비극적 이야기에 무관심한 채 카드놀이를 하는 경비병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막을 내리는 것과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신념과 의지에 의해 죽음을 택했지만 불안하고 고독한 마음을 타인과 나누지 못했던 안티고네나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죽었는데도 주어진 일에 전념해야 하는 크레온에게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묻어 있는 고독이 느껴져서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