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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색깔 = 꿀색 - 개정증보판
전정식 글.그림, 박정연 옮김 / 길찾기 / 2013년 11월
평점 :
"꿀색은 피부색을 가리키는 말 치고는 참 예쁜 말이다."
p.15
피부색깔은 꿀색이라는 제목이 좋았다. 꿀은 달콤하면서도 황홀하고 약이 되는 느낌이 든다.
주인공 전정식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 접하고 살아간 곳은 서울역 근처 거리였다. 그곳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며 배고픔과 추위를 견딜 때 그의 나이는 다섯 살이었다. 그곳에서 경찰아저씨의 손에 이끌려아동 보호소로 옮겨져 살게 되었고, 다시 낯선 땅 '벨기에'로 입양을 갔다.
"우리 마을에는 십여 명의 입양아가 있었다. 거리에서 자기와 닮은 이미지를 마주치고 그냥 지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거북한 느낌이 드는 건 입양됐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버려졌었다는 사실때문이었다. 누군가로부터 거부됐다는 것이 내겐 수치심과 같았다."
p.79
그곳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야했던 '전정식'은 자기와 같은 또다른 이방인들을 만나지만 그들은 쉽게 가까이 지내지 못했다.
그를 포함한 수많은 해외 이방인들은 뿌리에 대한 믿음을 잃고 세상에서 부유하듯 살아간다. '자기가 누구인지'누구나 쉽게 묻게 되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도 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았을 때 어설픈 말과 감상으로 그들을 위로해 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어떤 성취감도 자아 정체성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 그러나 그들은 대한민국이 낳았고, 또 길렀어야했던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안타깝지만 그 무게를 견디고 다시 일어나 걷고 뛰고 날기를 바랄뿐이다.
"입양은 우리가 입양 가정에 인도되는 그날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건 우리 입양 여정의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는 채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나아간다. 부모의 지지와 사랑은 필수적이다."
p.255
나는 꿀색을 가진 수많은 전정식, 그런 당신들을 응원한다. 죽지 않고 살아서 훨훨 날 수 있기를, 입양의 여정에서 자기 자신과 만날 수 있기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