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전 힐러의 <한밤중, 유스턴>1983년' 그림을 보는 순간 자연스럽게 '강남역 화장실 사건'을 떠올렸다. 그 당시 많은 남성들이 억지 혹은 우연적 사고에 대한 페미니즘적 대응이라고 말했을 때 느꼈던 공포도 함께 말이다. 그런 여성의 불안 또한 자화상의 주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시민들의 생각을 모으고, 우리가 어떤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 우리가 살고 싶은 사회는 어떤 곳인지 다시 공론화할 수 있게까지 나아가게 한다. 그것은 예술의 또다른 기능이자 역할일 것이다.
이 글을 옮긴 역자는 '자화상은 왜 그리고 무엇을 위해 그려지는 것일까?', '자신의 얼굴을 선택하고 관찰하고 그림이나 사진, 조각 등으로 해석해 옮기는 행위의 밑바탕에는 어떤 동기가 놓여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품고 이 책을 따라갔다고 한다. 나 또한 책을 읽는 내내 그런 물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자신을 보여준다는 것은 내가 말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을 말하는 행위의 모습이니까. 끊임없이 내가 누구인지를 묻는 것, 그것이 삶을 살아가는 과정임을 <자화상 그리는 여자들>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