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의 역사>>를 읽을 수 있어서 10월이 의미있는 달이 되었다.

문학의 역할이란 사건이 아니라 인간을 보여주는 것, 그로 인해 숨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나쁜 역사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그것 역시 사람에 의해 위로받고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란 역사는 현재에도 끝나지 않았음을, 시대를 넘어 피해자가 또다른 민족이나 타인에게 가해자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해준 작품이었다.

 슬픈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죽음과 노년의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솔직하게 보여주는 레오 거스키와 브루노, 친구의 소설을 표절했다는 죄책감을 죽을 때까지 간직한 즈비 리트비노프,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에 서슴치 않고 당돌한 행동을 이어가는 앨마까지 삶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인물들과 아름다운 문장들이 끝까지 소설을 읽는데 힘이 되었다.

 좋은 문장이 너무 많아서 다 올릴 수가 없지만, 거의 마지막 부분(354.p)에 나와 있는 짧은 글이 마음에 남는다.

 

 

 

 

 

 그렇다고 내 삶이 거의 끝났다는 것은 아니다. 인생에 관해 가장 인상 깊은 점은 그 변화 능력이다. 어느 날 우리는 사람이었는데 다음날 그들은 우리가 개라고 한다. 처음에는 견디기 힘들었지만, 한참 지나면 그것을 상실로 여기지 않는 법을 터득한다. 심지어 짜릿한 흥분을 느끼며 깨닫는 때도 있다. 변함없이 유지되는 것들이 아무리 적어도 우리는, 달리 적당한 표현이 없어서 '인간으로 살기'라고 칭하는 노력을 여간해서는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