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법칙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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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이 있어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편혜영의 선의 법칙

 

 

 

 편혜영의 선의 법칙을 읽었을 때, 제일 먼저 눈이 간 것은 표지였다. 하얀 바탕에 감고 있는 한 쪽 눈. 짙은 속눈썹들이 가지런히 뻗어있고 그 아래로 눈물을 흘리듯 선의 법칙이란 제목과 함께 삶은 언제나 상상 이상으로 깊었다. 어느 바닥까지 내려 갈 수 있는지 짐작하기 어려웠다.’라는 두 개의 문장이 쓰여 있었다. 가느다란 속눈썹도 나란히 세로로 놓인 두 문장도 선()처럼 느껴졌다. 사전을 찾아보니 의외로 선()의 의미가 다양했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다른 것과 구별되는 일정한 한계나 그 한계를 나타내는 기준이라는 말이 이상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소설은 윤세오와 신기정에게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 마치 하나의 실처럼 엉키고 뭉치다가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지면서 시작되고 진행된다. 사람들은 자기만의 선을 그어놓고 넘어 오지 말라고, 넘어 올 거라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외치는 것 같다. 그러나 마음대로 다른 사람들의 영역으로 넘어 간 사람들은 서로에게 상처와 고통을 주고 끊어지다가 사라진다.

 

 

어떤 일이 벌어지기까지 여러 가지 일들이 얽힌다고 생각한 것은.

윤세오도 그렇게 생각했다. 한 가지 일이 아니라 몇 가지 일이 연쇄되어 아빠와 157번지에 나쁜 운수를 구축해나갔고 그 결과로 사고가 일어났다.’ (44~45)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타인과 엮이고, 다양한 인연을 맺으며 살아간다. 그 인연들이 삶을 지탱해주는 안전망 역할을 해 줄때도 있지만, 때로는 불행의 길로 끌고 가는 앞잡이 노릇을 하기도 한다. 어떻게 삶의 함정에 빠졌는지 알 수 없어 타인을 원망하지만 결국 그것은 자신이 결정한 일이다. 이렇게 우리가 살아가는 길에는 너무나 힘겹고 암담한 일들이 곳곳에 놓여있다. 피하고 싶고 도와달라고 외치고도 싶지만, 쉽게 손을 내밀수도 잡아 줄 수도 없다. 그 과정 속에서 어떤 사람은 삶을 포기하고, 어떤 이들은 그럼에도 삶을 계속 해 나간다.

 

 

무엇이 동생은 살아남는 데 실패하게 하고 윤세오와 부이는 성공하게 했을까. 어떤 사람에게는 절망이 삶의 끝이 되는데, 다른 사람에게는 어째서 절망이 또다른 시작이나 그저 일상이 되는 것일까. (208)

    

 

 그들 또한 희망이 있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다. 포기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계속 살아간다고 해서 나아지거나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삶을 선택하고 살아간다. 나 또한 너무 힘들어 못 살 것 같은 상황이라 말하는 이들에게 아직 포기하지 말고 살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긴 인생의 여정 속에서 우리들에게 가해지는 불행과 고통이 애가 끊어질 것 같은 아픔을 겪게 한다고 해도 끝까지 가보자고 말하고 싶다. 그것 말고는 방법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선의 법칙은 이미 암담하고 슬픈 상황 속에 처해 있거나 그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전체를 엮어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소설을 읽는 동안 답답하고 마음이 무거웠지만 그래도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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