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이야기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9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고봉만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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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무엇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충성할 수 있을까? 자신을 알아주는 한 사람에게 전 생애를 걸고 따르는가 하면 종교적 신념에 따라 세상의 부귀영화를 내려놓고 신의 발자취를 따르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예술, 꿈과 야망에 일생을 걸기도 한다. 주인공 펠리시테가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며 사랑한 존재는 오뱅 부인과 그의 가족, 그리고 앵무새 룰루였다. 그들은 펠리시테의 전부였다. 비록 적은 돈의 보수를 받고 하녀의 삶을 살았을지라도 그녀의 헌신은 아름답고 고결하다.

 

 

  기독교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아들이자 그분과 동체이신 귀한 분이시다. 그런 신의 아들이 인간이 되어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와 사람들의 발을 씻겨 주었고, 인간의 몸과 영혼을 구원했으나 외면당하고 배척당했다. 인간들은 신의 아들을 조롱하고 죽였다. 그런 가운데 순전한 영혼의 목소리처럼 펠리시테의 질문이 전해진다.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 마구간 짚더미 위에서 태어나고자 하신 그 착한 분을, 사람들은 왜 십자가에 못박아 죽였을까? 26.p

 

 

  펠리시테는 폴이 떠나자 그리워했지만, 비르지니가 성당에 가서 교리 교육을 받는 동안 함께 동행 하며 시중을 든다. 그리고 자신도 비르지니처럼 교리를 외우고 신앙고백을 영적인 환희까지 느낀다. 그런 경험이 그녀를 기쁘게 만들었다. 인간 세상에서는 몰락한 귀족집의 가난한 하녀이지만 신 앞에서는 귀족도 그녀도 별반 다르지 않은 귀한 존재이다. 예수는 귀족인 비르지니뿐만 아니라 가난하고 천한 펠리시테를 위해서도 인간이 되어 죽음을 선택했던 것이다. 신 앞에서는 두 사람 모두 소중한 존재였다.

 

 

  그런 펠리시테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소유라 할 수 있는 앵무새가 생긴다. 그녀는 앵무새에게 룰루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룰루는 자신을 버리고 미국으로 떠나버린 라르소니에르 부인과 오벵 부인에게는 귀찮고 버려진 존재이지만, 펠리시테에게 만큼은 가장 소중하고 귀한 존재이다.

 

 

고독한 그녀에게 룰루는 자식이자 애인이나 마찬가지였다. 48.p

 

 

  살아가는 동안 외롭고 힘들었을 그녀에게 룰루는 위로와 힘이 되어준 존재였다. 그녀의 사랑은 인간을 지나 앵무새에게까지 뻗어 간다. 그리고 사라진 룰루를 찾기 위해 자신의 몸이 병드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중에 룰루가 병에 들어 죽자 박제를 만들어 매일 아침 애도를 넘어 숭배하기까지 이르는데 그만큼 룰루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깊고 뜨거웠다. 다른 사람들 눈에 볼품없고 낡아버린 박제된 룰루였지만, 그녀에게는 한없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인 것이다. 온통 벌레가 슬고, 한쪽 날개가 부러져 있는 초라한 룰루의 모습과 그녀의 모습은 닮아있다. 그러나 룰루는 임시 제단위에 세워졌고, 펠리시테는 그녀의 세상에서 가장 성스럽고 아름다운 순간에 눈을 감는다.

 

 

푸른빛 향연이 펠리시테의 방까지 올라왔다. 그녀는 코를 벌름거리며 신비로운 쾌락에 휩싸인 채 향내음을 맡은 후 눈을 감았다. 그녀의 입술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마치 샘이 말라 없어져가듯. 메아리가 사라지듯. 심장박동이 차츰차츰 약해지다 아주 잦아들었다. 마지막 숨을 내쉴 때, 그녀는 반쯤 열린 하늘에서 그녀의 머리 위를 활공하는 거대한 앵무새 한 마리를 본 것 같았다. 60.p

 

 

  고통 받고 힘겨웠던 삶을 위로하듯 그녀의 마지막은 평안하고 아름다웠다. 하녀로서의 삶은 가난과 고통, 눈물로 이루어진 듯 보이나 마지막 그녀의 모습은 성녀로 느껴졌다. 다만 이것이 귀족이었던 플로베르의 하층민들을 향한 위로였는지 혹은 순종과 교화로서 작용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나는 펠리시테의 모습에서 거짓과 꾸밈이 없는 순수한 인간의 마음을 볼 수 있었다. 작고 초라한 인간이기에 누구라도 사랑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연약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였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펠리시테가 되고, 룰루가 되어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신이 인간에게 불어 넣어준 순박한 마음을 가지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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