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42
황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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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펼치고 한 번에 읽어버린 4시간 동안, 나는 잊고 있었던 청소년 시절의 내 모습과 마주했다. 그냥 과거의 학창 시절이 떠오른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것처럼 눈앞에서 나와 내 친구들이 생생하게 움직이고 말을 했다. 나도 다현이처럼 무리 속에 있기도 하고, 혼자이기도 했으며, 내 마음을 감추고 친구들과의 공통 화제에 맞춰 이야기 나누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느라 피곤해 했다. 가고 싶지 않았지만 빠지지 않고 참여했던 생일모임이나 감정의 극심한 변화를 겪고 있는 친구와 이유 없이 멀어지기도 했고, 서로 모함을 주고받으며, 한 순간 이상한 아이가 되기도 했던 우리들. 시간이 지나 지금은 눈이 부시게 아름답고 빛났던 시절이라고 이야기 하며 되돌아보지만, 그 안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입시와 친구관계 때문에 속을 앓으며 나름 처절하게 버티고 서 있는 우리들이 있었다.

 

 

  시간은 많이 흘렀지만 인간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또래 집단에 끼지 못한 사람은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린다. 무리에 끼지 못했다는 것은 낙오자와 같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작품 속에도 자신의 아픔을 숨기기 위해 다른 친구를 아프게 해야 했던 미성숙한 청소년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어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노은유는 왜 미운털이 박혔을까? 하긴 그게 뭐 중요한가. 그냥 싫은 사람도 있는 거지. 어쨌든 내 친구들이 너무너무 싫어하는 아이랑 내가 짝이 되었다. 환장하시겠다          14.p

 

원래 그렇다. 누구 한 명이 그 애 좀 이상하지 않아?’ 이렇게 씨앗을 뿌리면, 다른 친구들은 이상하지. 완전 이상해.’라며 싹을 틔운다. 그다음부터 나무는 알아서 자란다. ‘좀 이상한 그 애로 찍혔던 아이는 나중에 어마어마한 이미지의 괴물이 되어 있는 것이다. 52.p

 

 

  그러고 보니 나 또한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싫어하니 분명히 무슨 문제가 있거나 나쁜 사람일거라는 선입견을 갖고 타인에게 감정의 폭력을 휘둘렀던 때가 있다. 등장인물들과 함께 나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각자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감싸 안고 성장하는 친구들을 보며 공감할 수 있어서 기뻤다.

 

 

  한때 왕따의 경험을 겪었던 다현이는 예전의 외로웠던 시절로 절대 돌아가기 싫어한다. 그래서 아람이가 싫어하고, 뒤를 이어 다섯 손가락 친구들이 싫어하게 된 은유를 무작정 미워하며 가까워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카톡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이 순간이 너무너무 좋기 때문이다. 이제는 외톨이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도 친한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청소년들에게는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 친구들의 무리가 그들의 세계이고, 그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소속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기는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무서울 것이 없는 때이기도 하다.

 

 

매일이 축제 같았다. 우리 다섯이 뭉쳐 다니니 함부로 나를 대하는 아이가 없었다. …… 등교할 때 영혼을 집에 두고 나온 거라고. 이렇게 소중한 친구들을 다시 잃을 순 없다고.

그런데 순둥이로 살기로 작정하니 다른 문제가 생겼다. 아무래도 어떤 사람들한텐 내가 만만해 보이는 것 같다.

…… 어른들은 학원에 다니지 않는 아이는 성적이 바닥이거나 지독하게 가난할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른들의 그 단단한 오해를 깨뜨릴 자신이 없고, 무시당하기도 싫다. …… 33.p

 

  다현이는 친구들 안에서 안정을 찾고 행복해 하지만 한편으로는 직감적으로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사람은 자신의 뿌리를 깊이 내리고 서서 버틸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그것은 누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란 존재를 내 자신이 다독이고 홀로 설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시간 앞에 홀로 서서 견뎌본 사람은 그만큼 성장하고 강해진다. 그 힘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상대방을 존중하게 되고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게 만든다. 다현이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체리새우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 것이나 은유가 영화를 좋아하여 다른 사람들이 침범할 수 없는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 가는 것처럼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뿌리를 깊이 내릴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많이 아프고 힘들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다섯 손가락 안에서 포지션을 잃고 설아와 친구들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다현이가 대견스러웠다. 이제 서서히 혼자 서는 연습을 하며 조금씩 강해지는 다현이를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우리 모두는 나무들처럼 혼자야. 좋은 친구라면 서로에게 햇살이 되어 주고 바람이 되어 주면 돼. 독립된 나무로 잘 자라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 그러다 보면 과제할 때 너희처럼 좋은 친구도 만나고, 봉사활동이나 마을 밥집 가면 거기서도 멋진 친구들을 만나. 그럼 됐지 뭐.” 156.p

 

 

  은유의 말처럼 아픔을 딛고 조금씩 강해진 다현이가 다른 친구들에게 햇살과 바람이 되어 주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나도 우리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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