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무덤에 묻힌 사람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마거릿 밀러 지음, 박현주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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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얼마 전에 기분 나쁜 꿈을 꾸었다. 친구와 여행을 갔을 때, 잠결에 문득 이빨 가는 소리에 잠을 깼다가 다시 잠이 들었는데 아래 이빨이 쑥 빠지는 것이었다. 어른들이 이빨이 빠지면 누군가 죽는 꿈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 번뜩 정신이 들었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아침에 친구가 기분 나쁜 꿈을 꾸었다며 점심 시간이 지나면 알려준다고 말했다. 친구의 꿈은 물건을 모두 잃어버리는 것이었다. 아마도 우리는 여행 중 느낀 피로와 긴장때문에 좋지 않은 꿈을 꾸었나보다. 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숙소를 나서기전 우리는 잠시 기도를 했다. 마음이 편해지길 바라면서 말이다. 프로이트는 꿈은 우리 소원의 성취라고 했다. 우리가 바라는 일이 꿈을 통해 나온다고. 어쩌면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이 꿈을 통해 나타나거나 순간 스치고 지나갔던 장면 혹은 들었던 소리가 무의식 속에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묻힌 무덤을 꿈속에서 보게 된 데이지 베이비는 그 꿈때문에 일상이 깨어지지만 호기심과 알 수 없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끝까지 그 꿈을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탐정 피나타가 데이지에게 힘이 되어 준다. 주인공 데이지는 남편의 뜻대로 행복하게 사는 것처럼 연극을 할 수도 있었지만 결국 꿈을 통해 나타난 자신의 존재와 근원을 찾아가는 모험을 하게 된다.


"좋은 결혼 생활에는 일정 부분 역할극이 포함되어 있어요."    - 63.p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행복하게 살 것인가 아니면 고통스럽더라도 나의 진짜 모습을 찾아갈 것인가의 선택에서 데이지는 후자를 선택한 것이다. 결혼이 연극이 아니듯이 평생 맡은 역할만 하면서 살 수 없는 것이니까. 꿈은 아무 힘이 없지만 그것을 풀이하고 해석해 나가는 사람에 의해 인생은 다르게도 펼쳐질 수 있는 일이다.


"난 그날을 잃어버린 게 아니에요. 잃어버리진 않았죠. 그날은 아직도 어딘가에 있어요. 여기저기. 오래전에 썼던 어딘가에요. 그 날은 아직도 그대로 있어요. 그래요. 숨어 있긴 하죠. 하지만 잃어버리진 않았어요."  -  91.p


 살다보면 감추고 싶은 것이 많을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든 아니면 자녀나 타인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우리는 누구가 가지고 있다. 할 수 있다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일들이 벌어졌던 시간과 장소로 돌아가고 싶겠지만 그런 일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불행한 일들이 벌어지고 그것을 무마시키기 위해 또 다른 일들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 만나게 되고, 우리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인연이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일어난 일은 반드시 원인과 결과가 있고, 그로 인해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댓가를 치루며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잃어버렸거나 잊어버렸다고 생각해도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니까.


 그래서 생각한다.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러나 설사 후회할 일이 발생하였어도 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데이지의 부모나 남편 짐이 그녀를 독립된 존재로 보았거나 자신과 동등한 입장에 서 있는 부인으로 인정하였다면 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진짜 삶에서도 이런 부모와 남편들이 꽤 많이 존재하기에 그녀의 선택과 행동을지지했다. 이제 진짜 자신의 인생을 시작할 선에 서 있는 데이지를 응원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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