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란티스야, 잘 가
허수경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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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별이 되었습니다

허수경<아틀란티스야, 잘 가>

 

 

  며칠 전, 도서관에서 <아틀란티스야, 잘 가>를 빌린 뒤 카페로 갔다. 친구가 오기까지 한 시간 정도 남아서 더위를 피하며 독서를 할 생각이었다. 자리에 앉아 음료를 마시며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꽤 두꺼운 장편소설이 술술 읽히면서 눈을 떼기가 어려웠다. 미미였다가 경실이었다가 다시 뚱뚱한 못난이가 된 가 내 마음에 쏙 들어와 버렸다. 다음 날, 대전 가는 KTX안에서 이 책을 다 읽었다. 대전역을 빠져 나올 때 유명한 ***에서 고소한 빵 냄새가 났다. 나는 그 냄새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 빵을 샀다. 경실이가 찐빵 속에서 별을 발견했다면 따뜻한 소보로빵은 나의 허기를 달래주었다. 아이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배고픔을 채워주었던 찐빵들은 별이 되었을까.

 

 

내가 찐빵을 좋아하는 이유는 찐빵 속에는 아주 다디단 독과 같은 소가 들어 있어서야. 팥을 익혀서 껍질을 벗기고 설탕을 섞어 만든 소. 찐빵을 둘로 나누면 그 안에는 마치 뭉쳐 있는 별 같은 소가 들어 있지. 이것 봐, 뭉쳐진 달콤한 별들. 그 별들을 먹으면 정말 맛있어. 그 달콤함 뒤에는 서글픔이 번져오고 핑, 눈물이 돌지. , 내 배 안에는 달콤한 별들이 떠다니는구나. …… 언제나 나는 혼자서 밥을 먹지. 엄마 역시 집에 없어. 둥근 상에 혼자 앉아 찬밥을 물에 말고 김치나 오징어채를 밥에 얹어 먹는 동안 이상하게도 나는 살이 찌기 시작했어.…… 혼자서 머리를 박고 그런 것들을 넘길 때면 외로웠어. 밥 먹는 일은 외로움이었고 외로움은 내 신경을 나른하게 만들었어. / 20~21

 

 

  어른들의 세계가 정치적 억압과 경제개발로 인해 굳어져 갈 때, 아이들은 혼자서 외로움과 두려움을 견뎌야만 했다. 꿈을 갖고 상상력을 펼치는 것이 당연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그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독재와 자본의 힘, 어른들의 무책임한 행동 등은 경실이와 친구들에게 꿈 꿀 권리를 빼앗고 무서운 기억을 갖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나는 이 작품을 읽는 동안 마음이 따뜻했고, 즐거웠고, 슬펐고, 웃을 수 있었다. 아마도 찐빵 속에 숨어있던 달콤한 별들이 조금씩 떠올라 어두운 하늘에서 한 개 두 개 차례로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참 뒤에 선생님을 만나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선생님은 급식 세대인 요즘 학생들이 도시락 세대인 우리에 비해 항상 허기져 있다고 했다. 그래서 기회가 되고 할 수 있는 대로 학생들에게 쵸콜릿이나 사탕, 빵 같은 것을 먹인다고 했다. 아침은 편의점 삼각 김밥을 먹으며 등교하고, 점심은 단체급식과 컵라면, 저녁에는 학원 시간에 쫓겨 김밥과 햄버거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학생들을 보며, 무방비 상태로 육체적, 정신적 허기에 놓여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과거나 지금이나 우리의 마음을 짓누르고 서럽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을 안고 살아가는 동안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살은 빠지지 않을 것이다.

 

 

살을 빼면 될 거 아니냐고? 아니, 살은 안 빠져. 서러운 마음을 꾹꾹 누르며 허겁지겁 찐빵을 집어먹는 이상 이 살은 날 따라다닐 거야. / 93

 

 

  그렇지만 나는 아이들이 그 서러움을 이기고 아플지라도 자기만의 아틀란티스를 찾아가기를 기도한다. 어른들의 세계에 눌려 자신들의 세계를 쉽게 포기하지 않기를. 한 명 한 명이 반짝반짝 빛나는 별과 같은 존재이니까. 나 또한 그들 옆에 서서 내가 원했던 세계가, 꿈꾸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며 그들과 같이 빛나고 싶다. 우리는 원래 모두 별이었던 존재이니까.

 

 

아저씨, 찐빵 다섯 개, 검은 봉지에 더운 김이 오르는 찐빵 다섯 개가 들어갈 때, 나는 마치 별 다섯이 검은 봉지 안으로 들어가는 양,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았지. 별 다섯이 든 검은 봉지를 흔들며 강으로 가서 둑에 앉아 먼 강물을 바라보며 찐빵을 먹을 때.

 

배 안에 별이 떠다닌다!

별이 있어서 나, 혼자 아니다!

나는 흘러가는 강물을 향해 소리를 질렀어. 웃다가 혼자 깔깔 거리다가 다시 앉았을 때,

 

강물은 흘러갔고

내 배 안에는 별이 그렇게 총총, 떠오르는 거야 …… /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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