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혹은 그림자 - 호퍼의 그림에서 탄생한 빛과 어둠의 이야기
로런스 블록 외 지음, 로런스 블록 엮음, 이진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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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삶에 판타지가 찾아올 때

         니컬러스 크리스토퍼 <바닷가의 방>

 

 

  이 소설은 호퍼의 그림을 빼고 이야기 할 수 없다. 그러나 호퍼의 그림을 보고 한 편의 단편을 써 낸 작가의 힘은 대단하다. 예술은 서로 각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받으면서 발전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예술 안에 아름다움과 상상력이 극대화된다. 호퍼는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입고 있는 화가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의 그림 중 호텔방에서 속옷만 입은 채 침대에 걸터앉아 책을 읽는 여인의 모습이 그려있는 <혼자 있지 않은 시간>을 좋아한다. 혼자만의 여행을 즐기는 여자가 아무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가장 편한 복장으로 독서의 빠져있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때론 내 모습 같기도 하다. 나도 이 그림을 보며, 소설을 쓰고 싶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퍼가 <바닷가의 방>을 보고 소설을 썼던 것처럼.

 

 

- 통상적인 물리법칙에 어긋나는 일들은 항상 일어나지만, 대부분은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한 채 묻히는 것뿐이라고 칼레타는 말했다. …… 어머니 덕분에 카먼은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은 설명할 수 없어서 더 진실하고 강력한 것임을 이해했다. 커갈수록 어머니의 순환 논리와 상상의 나래에 익숙해져갔다. 114.p

 

 

  텅 빈 방안에 햇빛이 가득 찼다. 한 쪽은 뻥 뚫린 채로 푸르른 바다를 향해 열려있다. 햇빛과 바다와 방안에서 우리의 상상은 나래를 펴고, 판타지는 시작된다. 우리가 판타지를 잃어버리고 물리법칙에 어긋난 삶을 신뢰하지 않는 것은 언제 부터인가 보이는 것만 믿었기 때문이다. 사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그것은 허구이고, 힘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상은 환상과 보이지 않는 세계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고 만들어갔다. 그리고 우리는 칼레타의 말처럼 설명할 수 없어서 더 진실하고 강력한 힘을 지닌 것에 대한 동경을 품고 살아간다.

 

 

- “ …… 난 자신만의 미스터리를 간직한 사람이 좋아. 진정한 자아를 배신하지 않는 사람. 파비우스가 이곳에 온 뒤 처음 몇 달 동안, 난 그가 먼저 마음을 열고 자기 이야기를 해주기를 기다렸단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가 결코 그러지 않으리란 걸 알았지. 문득 그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은 그것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 점을 존중했어. 네가 그에 대해 캐물으려 하면, 카먼, 그 사람은 뒤로 물러날 거야. 사라져버릴 거야.” 121.p

 

 

 

 카먼은 파비우스가 해산물 가득한 점심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 이야기는 지상에서의 삶을 포기한 후 일 년 동안 해양생물로 살아가는 미스터리한 것이었다. 우리는 날마다 죽고 또다시 새로운 날을 맞이한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누구나 마음에 자기만의 비밀과 신비한 것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 다만 자신이 무언가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끝이지만 끝이 아니고,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아서 계속 우리 곁에 혹은 어딘가에서 무엇이 된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한다.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은 현실의 모순과 탁월한 이론, 혹은 사이비 교주나 유혹 등에 쉽게 매혹당하지 않는다. 그것을 뛰어넘는 자기만의 또 다른 세계가 마음속에 있으니까. 파비우스와 그 전 사람들이 바다로 돌아가 영원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우리 옆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상상의 세계 속에서 힘차게 걸어갔으면 좋겠다. 그것이 지금의 현실을 더 단단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줄 힘이 될 것이다. 호퍼와 니컬러스 크리스토퍼가의 <바닷가의 방>과 또 다른 그림과 소설들이 보여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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