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위대하지 않다 (양장)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목회자 출신 선생님이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기독교를 믿는 사람은 딱 두종류다. 생각할 줄 모르거나 중간에 생각하길 멈추거나" 처음엔 특정 집단에 대한 가혹한 편견처럼 들렸지만 요즘엔 점점 수긍이 된다. 한 나라 장관이 '신앙심이 부족해서 복지정책에 실패했다'는데 더 할말이 있나.

작년 여름 '만들어진 신'에 이어 가히 신성모독적인 책을 다시 손에 들었다. 이 책은 전자보다 분량은 조금 적지만 (하드커버에 두께가 상당하지만 실 내용은 400페이지 정도니 읽을만하다. 만들어진 신은 600페이지 정도) 비판의 수위는 한층 더 높다. 도킨스의 책이 러셀의 '찻주전자 우화'나 진화이론등을 길게 설명하며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하는듯한 인상을 주는 반면 이 책은 '대화할 상대가 되지 않는 사람들, 혹은 그럴 마음이 없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독설'같은 느낌을 준다. 신을 믿는 사람들은 어떤 '논리'에 의해 믿는것이 아니니 논리적으로 반박한다는게 어불성설일수도 있겠다만, 적어도 '신실한' 종교인들에게 히친스의 조롱과 야유는 불편한 것을 넘어 맹신과 맞먹는 분노 - 결코 사그라들지 않는! - 를 일으키기 충분하겠다. 가끔 그에게 걸려온다는 협박전화가 이해될만하다.

** 개인적인 성향 차이겠지만 난 이 책보다 도킨스의 책이 더 좋다. 사실 내용상으론 겹쳐지는 부분이 많지만 책의 구성방식에 있어 도킨스의 것이 더 논리적이다 - 신 가설에서 시작해 신의 존재를 옹호하는 논증/신이 없는것이 확실한 이유를 대비시키고 종교와 도덕의 근원을 (그가 주장하는 문화적 유전단위 - 밈 가설에 맞춰) 살펴본다음 종교에게 얻고자하는 것들 혹은 대안을 살펴본다. -  이 책은 돼지, 건강, 지적설계론, 코란 등 특정 화두를 중심으로 엮어가기 때문에 조금 난잡하다. 주로 종교란 이름으로 저질러진 끔찍한 사건들을 끌어오는것도 불편하고. 굳이 그런 사례들을 다시 확인하려고 이런 책을 보는것은 아니니까. 

무신론자인 내가 - 사실 '무신론자'라기 보단, 신을 믿을만한 영적인 기회/체험이 없었다는 게 정확할거다. - 왜 이런책을 읽고있는 것일까. 사회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에 대해 "어떻게 인간이 저럴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때마다, 한편으론 "인간이니까 저런일을 한다"는 모순된 생각이 같이 떠오른다. 지극히 논리적일것 같은 '만물의 영장'인간은 사실 전혀 근거없는 믿음에 사로잡힐만큼 어리석고 무지할 뿐이다. 특정 소수의 이익을 위해 무지한 대중을 세뇌시키는 기득권 집단은 어디에든 있지 않나. 문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의심 한번 해보지 못하고 '그런가보다' 믿어버리는게다. '마치 자기의 명예라도 되는양 '국가 이익'을 위해서라면 착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는 사람들. 경제가 살아날거란 '세뇌된 믿음'으로 당연하게 2번을 찍으신 한 친구 어머니는, "의료보험 민영화 되면 어쩌려고 그랬냐"라는 친구의 질문에, 그런게 있는지도 몰르셨댄다.

내 주변에는 착하고 성실한 기독교인들도 많고 대개는 어릴때부터 학교가듯 '당연하게' 교회를 다녀왔다고 한다. 성경이 이해되냐는 질문에, 그냥 믿는다고 한다. 아무 조건없이 믿을 수 있는 신실한 신앙심은 - 타인에 대한 조건없는 사랑으로 이어질때는 분명 아름답겠지만, 어쩔수 없이 위험하다. 성경에 적힌 그 좋은 말들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악용되는걸 보면. 개개인으로는 참 좋은 사람들이, 뭉치면 '위험한 집단'이 되는 사례는 허다하게 많다. 모든 종교는 지극히 정치적이어서  늘 투쟁과 폭력이 따라붙는다. 하긴 인간 활동에 '정치적'이지 않은게 어디 있으랴. 이런 위험한 집단에 가입하는것이, 대개는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부모님의 성향 혹은 문화에 따라 결정된다는건, 정말 감탄할만한 '자기번식능력'이다. 마치 어릴때부터 경쟁과 학벌/영어실력만이 살길이라 교육받는 지금의 시스템처럼.

원래 옛 성경에는 이브를 만들어 낸 건 아담의 '갈비뼈'가 아닌, '옆구리'를 가리키는 말이었다고 한다. 세상을 창조한 야훼/여호와를 가리키는 단어에 여성명사용 관사가 붙어있었다는 말도 있지만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그 쯤은 얼마든지 변형되어도 좋았나보다. 신화적 내용과 역사적 내용의 구별이란게 없던 시대의 뒤섞인 이야기들을 분리하는건 '신성'을 모독하는 건가. 사실 이 책을 읽으며 한의학계도 옛 텍스트 - 가히, 한의학계의 '바이블'로 취급되는 내경이 대표적이다 - 에 대한 맹목적 태도는 이와 다를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의사들의 대표적인 빈정거림은 "해리슨 내과학은 수년마다 개정판이 나오는데, 몇백년전에 쓰인 '동의보감'은 왜 개정판이 나오지 않는거냐?"다. 한의학계의 '현대과학으론 설명할 수 없는 인체의 신비가 있다'는 논리가, 문득 "신의 섭리를 모르는 가련한 자들...쯧쯧"처럼 들리는 이유는 뭘까. (물론, 더 생산적인 논쟁이 되는 경우도 있다. 드물긴 하지만) 겉으로는 텍스트를 숭배/존중하는 척 하며 실은 자신의 권력을 위해 그 권위를 이용하는 이런 행동이야말로 신성모독이 아닐까?

종교얘기를 하다 말이 자꾸 엇나간다. 사실 '종교'가 문제가 아니라 그 맹목적 믿음을 자기 좋을대로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집단으로서) 이용당하는 선한 종교인들도 자신의 종교가 - 정확하게는 그 이름을 빌려 - 저지른 악행에 대해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다. "독일인 모두가 죄를 진 것은 아니지만 '독일인'이라는 정치적 공동체의 성원으로서 져야 할 정치적 의미에서의 '집단적 책임'이 있다"는 아렌트의 말 처럼. 종교의 힘으로 만들어내는 좋은일들이 분명, 있지만 그 믿음이 '같이 살아가는 타인'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면, 우리 삶이 좀 더 밋밋해질 지는 몰라도 - 기적이나 예언같은 이벤트가 없어질테니! - 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신이 늘 우리와 함께 한다는 - 우리 마음속에 신이 존재한다는 유명한 말이, 모든 사람에게 신성을 발견할 수 있는 혜안으로 이어진다면 참 좋을텐데 말이다. 쓸데없이 길어진 글에, 뻔한 결론이라니. 이것이 무신론자인 내 한계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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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08-03-17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책을 받아간 게 언제인데.. 이렇게 후딱 올리시다니요 ㅋㅋ
나는 일요일날에 모임책 죽게 읽었는데 아직 100쪽도 못 읽었어용 ㅠㅠ

Jade 2008-03-17 12:04   좋아요 0 | URL
토욜에 집에 오늘길이랑 어제 시간 많아서 내리 이것만 읽었어요 ㅎㅎ
서기관님, 아직도 안읽으셨다니 요즘 완전 빠지셨어요! ㅋㅋㅋ

2008-03-17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19 0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