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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의 즐거움 - 인문학자 김경집의 중년수업, 개정판
김경집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평점 :
산다는 것은 곧 나이 든다는 것이다. 나이답게 산다는
것은 즐겁고 행복하며 아름다운 일이다. 젊게 보이고 싶어 시술을 하거나 나이 먹는 게 싫어 애써 나이를 무시하고 외면할 필요가 없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사랑해야 한다. 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거나 혹은 더 들어 보이는 건 중요하진 않다. 제 나이답게 사는 삶, 청춘예찬이 아니라 중년을
예찬하는 <나이듦의 즐거움>을 읽으며 나이에 걸맞은 삶이야말로 아름답고 멋진 인생임을 확인했다.
<나이듦의 즐거움>의
김경집 저자는 진짜 나이 들어가는 행복은 물질이 아니고 또 아니어야 한다고 말한다. 차갑기만 했던 지성은 따뜻해지고, 무르기만 했던 감성은
단단해지며, 한쪽으로 쏠렸던 영성은 조화와 균형을 갖추게 되는 것이 나이 들어가며 누리는 행복이 아니냐고 묻는다. 나이를 먹으면 가진 게 많지
않아도, 드러낼 게 별로 없어도 작은 것에 감사하고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하게 느낀다. 소박하고 평범한 것들의 가치,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과 관계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그것들은 필시 젊은 날 앞만 보며 내달리느라 놓치고 산 것들일
게다.
꼭 필요한 책을 시의적절하게 만났다.
100세를 산다고 치면,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의 중간지점을 지나는 나이. 살아온 날을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그림을 지그시 눈을
감고 그려보게 되는 책이다. 일출이 희망차다면, 정오의 빛은 강렬하고, 일몰은 슬프도록 아름답다. 중년은 일몰에 가까운 나이다. 그렇다면
일몰만큼이나 아름답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이러한 삶을 재즈에 비유하며 재즈처럼 사는 것이 나이답게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장르와 악기를 가리지 않고 어떤 음악과도 어울릴 수
있는 재즈는 먼저 이끄는 음악이라기보다는 상대의 주제를 받아서 그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언제나 자유롭게 다른 곳으로 넘나들며 받쳐주는
음악입니다. 재즈는 단순한 변주가 아니라 새로운 변용의 품성을 담고 있습니다."(p60)
재즈의 여유와 관용을 드러내며 사는
것이 나이답게 사는 것이며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는 말이다. 속도를 얻으면 풍경을 잃고 풍경을 얻으면 속도를 잃는다는 문장에 밑줄을 그으며
다짐해본다. 아쉬움과 회한을 줄이고 하루하루를 감사와 여유로움으로 채우겠다고, 욕심을 덜어내고 무리하지 않고 제 나이를 살아야겠다고, 세월의
결을 따라 살아야겠다고, 제 나이를 긍정하며 살아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