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샤이 - 가슴 뛰는 삶을 위한 단어 수업
케빈 홀 지음, 민주하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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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배우는 단어

<겐샤이>에 의하면, "열정(passion)"은 기독교 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단어로, 본래는 '고통받다'는 의미라고 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기꺼이 받아들인 고난을 뜻한다. 열정은 단지 고통을 위한 고통을 의미하지 않는다. 열정은 순수해야 하며 기꺼이 고통받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희생(sacrifice)"이라는 단어는 '신성한'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사크라'와 '행하다'라는 뜻의 '피케'에서 왔다고 한다. 희생하는 것은 '신성한 것을 행하는 일'이다. 본질적으로 열정은 신성한 고통인 것이다. 즉 열정의 진정한 의미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위해 기꺼이 고통받는 것이다.

외과 의사이자 신경정신과 의사, 그리고 작가였던 빅터 프랭클은 나치가 오스트리아 빈을 장악하려 할 때 미국으로 떠나지 않았다. 빈을 떠나 미국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그대로 남기로 결정한 건 비자를 받을 수 없었던 부모에 대한 깊은 사랑 때문이다. 빅터는 기꺼이 부모와 함게 머물며 고통받기로 선택한 것이다. 그는 강제수용소에서도 아버지의 곁을 지켰고, 아버지가 자신의 품에서 숨지기 전까지 아버지의 통증과 고통을 덜어주는 약물을 투여했다.(p92) 열정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이나, 가장 순수한 의미에서의 열정은 빅터 프랭클처럼 자신이 사랑하는 것(대상)을 위해 기꺼이 고통을 받는 마음이다.

이렇듯 <겐샤이>는 평소 알고 있는 단어의 의미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준다. 저자 케빈 홀은 단어에 담긴 의미만 짚어주는 데 그치지 않고 단어로 부터 삶을 배우도록, 단어를 통해 자신의 길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이를테면 부모를 위해 기꺼이 고통을 감내한 빅터는 고통의 시간을 통해 재능을 발휘하고 삶의 의미와 목적을 발견한 것이다.

저자가 단어에 관심을 가진 건,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빅터 프랭클 추모 사업 추진 위원회의 한 사람으로 오스트리아의 빈을 방문해 우연히 들른 선물 가게 주인 때문이다. 인도인 주인으로부터 배운 '겐샤이'는, 누군가를 대할 때, 작고 하찮은 존재로 느끼도록 대해선 안 된다는 뜻의 고대 힌디어다. 자기 자신은 물론 어느 누구도 작고 하찮은 존재로 대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시작된 저자의 단어 탐구는 노교수 아서 왓킨스를 통해 심화되고, 단어에 담긴 비밀과 신비한 힘을 알아가며 점차 삶을 배우는 단어로 깊어진다.

'코치coach '는 사람들을 목적지로 데려다 주는 사람으로, 급커브나 파인 곳, 위험한 곳이나 함정 등을 알려 주는 안내자라고 설명한다. 길과 목적지를 찾는 데 꼭 있어야 될 존재가 바로 코치인 것이다. 다뉴브 강 근처에 코치Kocs 라는 마을에서 이름을 따 온 코치에 얽힌 이야기가 무척 흥미진진하다. 코치는 단순히 지도하고 훈련시키고 가르치는, 운동선수에게만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 모든 사람이 각자 코치의 지도를 받으면 훨씬 더 나은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멘토가 등장하고 코칭이 등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케빈 홀은 겐샤이,길잡이, 나마스테, 열정, 사페레 베데레, 겸손, 영감, 공감, 코치, 올린, 진실성 등 11개 단어의 어원과 유래를 찾아 심도있게 설명하며 연결된 다른 단어들의 의미까지 짚어준다. 케빈 홀은 독자에게 단지 단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이 책을 집필하지는 않았을 터. 독자들이 단어를 삶으로 살아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했을 것이 분명하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공감하는 내용이 많아 집필의도가 어느 정도는 적중하지 않을까 싶다. 최근 읽은 자기계발서 가운데 최고의 책이다.

"고통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좋은 것일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고통은 고귀하다. 고통은 신성하다. 고통은 삶을 결정한다. 고통을 받고 희생자가 되는 것과, 어떤 이유로 기꺼이 고통을 받아들여 승리자가 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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