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 중원을 차지한 리더들의 핵심 전략
황호 지음 / 내안에뜰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고, 권력은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세상을 호령하는 권력가나 권력 아래 있는 이들이나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권력의 맛을 본 사람이나 권력을 쟁취하려는 이들은 갖은 수고를 아끼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권력을 잡으려고 한다. 권력을 잡기 위해서라면 유혈 사태도, 심지어 부자간, 형제간에 피를 흘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해준다. 조선 초기 1차와 2차에 걸친 왕자의 난이 좋은 예다. 중국 대륙의 역사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서라면 피비린내 나는 칼날을 서슴지 않고 휘둘렀다. 권력의 맛이 그만큼 달콤하기 때문이다. 

 

<권력 중원을 차지한 리더들의 핵심전략>은 중국 패왕들의 권력 장악을 통해 리더의 자질과 덕목을 소개한다. 책은 중국 대륙 최초의 여황제 무측천과 비천한 출신의 황제 한 고조 유방, 무인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당 태종 이세민과 농민 출신으로 절대권력을 쟁취한 명 태조 주원장의 리더십을 다룬다. 네 사람의 권력 쟁취 과정은 모두 다르지만 이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한 점, 부하의 쓴소리를 귀담아 들은 점이 그것이다.

 

봉건사회에서 여자의 몸으로 황제가 된 무측천은 무섭고 잔인해 인간적인 모습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황제다. 자신의 잘못된 결정 앞에서도 자책하거나 후회하지 않아 결정을 번복하는 일도 없다. 인간미는 없지만 치밀함과 신중함, 최악의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만드는 능력과 아무리 힘들고 지치더라도 강한 정신력으로 자기관리를 철저히 한 무측천의 리더십은 과연 본받을만 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친아들을 희생시키면서 권력을 얻은 무측천의 리더십은 생각해 볼 일이다.  

서민​ 출신이기에 서민의 애로를 누구보다 잘 알았던 한 고조 유방은 인재를 기용할 줄 아는 리더로 지금까지 정평이 나 있다. 엄격하되 과감한 융통성으로 아랫사람을 능수능란하게 관리한 능력은 유방의 가장 탁월한 리더십으로 꼽힌다. 비록 적대세력이라도 인재를 썩히는 것만큼 우둔한 일이 없다는 것이 그의 통치 철학이다. 전횡을 조정으로 부른 일과 적장인 초나라 장수 계포를 포용한 일이 좋은 예다.

"나에게 필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반대편이라고 해도 상관 없다. 적까지 포용하는 자세야말로 정상에 설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셈이다. 사사로운 개인감정은 대업을 이루는데 걸림돌만 될 뿐이다."(p113) ​

황제라고 다 잘하는 건 아니다. 탁월한 부분이 있는가 하면 부족한 분야도 있기 마련이다. 유방은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간파하고  재능 있는 인재를 기용해 적재적소에 배치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갔다. 유방의 또 다른 리더십은 쓴소리를 달게 받아들이는 자세라 하겠다. 핵심 참모인 번쾌와 장량의 충언에 귀를 기울이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일화는 유방의 진면목을 잘 보여준다.(p80-81)

당 태종 이세민 역시 쓴소리든 달콤한 말이든 모든 신하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을 즉위 초부터 원칙으로 삼았다. 만인지상의 황제라고 해서 국가의 중대사를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귀를 열고 모든 의견을 받아들이는 열린 정치를 한 것이다. 위징의 직언에 자신의 경솔함을 인정하고 명을 거둔 일화에서 보듯 이세민은 귀를 열어 충언을 듣고 눈이 열어 충신과 간신을 구별한 명군이다. 제아무리 현명한 군주라도 언제나 옳은 결정만 하는 건 아니며 결점이 없을 수 없기에 이런 의미에서 이세민은 현군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이세민은 적재적소에 재능에 맞는 일을 맡겨 능력을 발휘하도록 했다. 각분야에 뛰어난 사람을 배치하는 건 리더의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다.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 일을 하면 경쟁력이 높고 업무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신바람나게 일하는 분위기도 자연스레 조성 된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인들이 이세민을 가장 좋아하는 황제로 꼽는 건 아닌지 싶다.

​명 태조 주원장 또한 인재 양성에 심혈을 기울인 황제로 유명하다. 주원장은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 나라를 위해 보물을 찾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말하며, 인격과 재능을 두루 갖춘 훌륭한 인재를 기르고 유치하는 일에 고심한다. 주원장의 고심은 '삼도병용' 제도를 통해 드러난다. 지역 유력자들의 천거, 과거제도를 통해 관리를 선발하는 이른바 삼도병용제도는 당시 인재 등용문이다. 훌륭한 인재는 나라의 초석이라 굳게 믿은 주원장은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실용주의 교육에 힘쓴 군주다.

네 명의 황제를 통해 들여다본 리더십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책에서 다루는 리더의 조건은 자신이 속한 기업과 단체, 조직을 이끄는 핵심전략이며,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이 책은 역사 인물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리더십을 다루고 있어 흥미롭게 읽힌다. 사실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설득력과 공감대도 높다. 에피소드가 짧아 아쉽지만  역사 지식을 덤으로 얻는 가기계발서라고 말하는 게 옳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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