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자유
아흐메드 카스라다 지음, 박진희 옮김 / 니케북스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2014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예술작품상, 각색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영화 `노예 12년`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솔로몬 노섭이라는 남자의 12년 간의 기록을 담은 영화다. 1840년대 미국에선 노예 수입이 금지되자 흑인을 납치해 팔아넘기는 일이 잦았다. 솔로몬 노섭은 낯선 사람의 달콤한 제안에 전혀 엉뚱하게 고통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자유인에서 노예로 살게 된 솔로몬 노섭의 12년간의 삶을 다룬 `노예 12년`을 관람한 관객은 자유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자유인에서 졸지에 노예로 살게 된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다른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믿기지 않는 일이 지난 2월 수면 위로 드러나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실종자, 가출인, 장애인, 무연고자, 수배자, 불법체류자 같은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벌어진 이른바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은 앞서 말한 영화와 닮아 있다. 염전에서 체납과 감금으로 혹사당하며 일하던 장애인 2명이 구출되면서 세상에 알려진 염전 노예 사건은 인권존중과 자유의 소중함을 천명한 사건이다.  

 

두 사건은 평소 소중함을 간과하는 것들이 자유를 비롯해 참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평소 그 소중함과 고마움을 잊고 있는 게 비단 자유뿐일까?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흑인에게 자유를 위한 투쟁은 태어나는 순간부터라고 말한 바 있다. 인류에게 자유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 만델라는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용사이자, 용서와 화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소박한 자유>의 저자 아흐메드 카스라다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와 함께 인종차별 정책에 맞서 투쟁하며 26년간 감옥생활을 한 교도소 복역 동지이다. 시골 출신의 아흐메드 카스라다는 악명 높은 리보니아 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 받고 로벤 섬 교도소에서 18년, 폴스무어 교도소에서 7년을 만델라와 함께 복역했다.  

 

아흐메드 카스라다는 로벤 섬 교도소의 수감생활에서 발견한 삶의 진리를 <소박한 자유>에 담아냈다. 그는 로벤 섬의 수감생활을 '추위'로 정의한다. 차갑게 식은 음식, 찬물 샤워, 겨울의 추위, 바다에서 불어 닥치는 차가운 바람, 냉정한 교도관들, 냉기가 도는 감방, 냉혹한 위안, 도무지 온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곳으로 보인다. 한기가 뼛속까지 스며들어 다시는 몸을 녹일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하는 곳에서 그는 어떻게 버텼을까?  

 

그를 버티게 해준 건 다름아닌 주옥같은 문장들이다. 인권 유린과 끔찍한 고문, 짓밟히고 억압당하는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그를 지켜준 건 구백 장의 종이 뭉치와 일곱 권의 공책이다. 구백 장의 종이 뭉치와 일곱 권의 공책 안에는 감옥 안에서 몰래 수집한 책에서 발췌한 문장들로 넘쳐난다. 그는 그 글들을 보며 신념을 포기하지 않았고, 자유를 향한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 결과 1989년 10월 15일 기나긴 감옥생활에서 석방되어 일상의 소박한 자유를 누리는 자유인이 되었다.

 

"감옥에서는 소박한 자유를 포기하지 않아야만 비로소 보다 큰 자유라는 꿈을 간직할 수 있다."(p60) 

 

그의 정신과 의지를 붙들어준 글에는 성 프란체스코의 기도문과 브루노 베텔하임(아동심리학자)의 글과 오노레드 발자크의 문장과 자와할랄 네루의 글 등 수없이 많은 문장들이 그를 붙들어 주었다. 누군가에겐 의미 없이 읽히거나 쉽게 잊히는 문장이 그에겐 살아서 펄떡이는 글이 되고 희망과 위안이 된 것이다. 가장 낮고 어둡고 암울한 곳에서 한 줄기 빛이 되어준 글귀들을 읽으며 글이 지닌 힘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감옥에서 변함없는 벗이 되어 주던 달은 가까이 할수록 더욱 정겨워지는 존재다.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삶이 어떻게 차오르고 기우는지, 어둠 이후에 찾아오는 빛에 대해, 끔ㄶ임없이 반복되는 죽음과 부활에 대해 일깨워 준다. 변화무쌍하하면서도 늘 변치 않는 달, 그 다양한 양상과 매번 색다른 분위기를 음미하고 있노라면 고요한 밤의 시간 속에서 달그림자는 길어지고 새벽의 숨결과 속삭임은 내일이 찾아오리라는 것을 약속한다." <인도의 발경> -자와할랄 네루-(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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