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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상길 옮김 / 책만드는집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완성이다. 그러나 자기가 남보다 우월하다고 자랑한다면 어떻게 자기완성이 가능하겠는가?"(p158)
'정신'에 관한 톨스토이의 말이다. <톨스토이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는 행복, 시간, 사색, 시련, 일, 욕망, 이웃, 교양, 죽음, 정신 등에 관한 톨스토이의 금언을 모은 책이다. 짧막하지만 강렬하고 묵직한 문장 속에는 톨스토이의 인생관과 종교관, 윤리관이 오롯이 담겨 있다. 톨스토이는 말년에 문학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고 신학과 성서 연구에 몰두해 가족들이 걱정할 정도였다는데 문장 곳곳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선과 악에 대해, 종교와 신에 대해, 죽음에 관한 사유에서 종교관이 묻어나온다.
그는 사후에도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는다면 질병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병을 인생의 어떤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옮겨 가게 하는 조건으로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원하지 않았던 상태에서 원하는 상태로 옮겨가는 데 필요한 조건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한다. 원하지 않았던 상태라는 것은 인간의 출생을 의미하는 듯하다. 원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여하튼 병은 인간이 거쳐 가야 할 과정이며 완성되어가는 증거로 생각하는 톨스토이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초연하게 받아들인다.
톨스토이의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문학의 거장, 대문호라는 수식어가 붙는 작가의 책은 읽기가 살짝 부담스럽다. 방대하고 난해해서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게 사실이다. 정말 톨스토이의 글이 난해하고 딱딱한지 확인해보지 않았으나 내 생각이 기우였다는 힌트를 주는 글이 책에 등장한다. 지식인이라면 이해하기 쉽고 분명한 글을 써야 한다는 그에게 글쓰기란 무엇이었을까?
"예술이란 예술가가 의식적으로 어떤 외부적 기호를 통해 자신이 겪은 감정이나 체험 혹은 상상한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그들에게 그 감정을 이입시켜 그것을 체험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인간의 작업이다."(p135)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은 톨스토이의 철학과 인생관에 담긴 삶의 지혜와 방향을 잘 전달해준다고 볼 수 있다. 번역해서 편집한 책이라 쉽게 읽힌다. 그렇다고 급하게 읽으면 책의 진가를 알지 못한다. 천천히 생각하며 읽으면 삶의 진리와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것을 아는 것이 참된 지혜는 아니다. 이 세계는 무한하여 아무리 노력해도 다 알 수 없다. 참된 지혜는 어떤 지식이 필요하고 어떤 지식이 중요하지 않은가를 아는 것에 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면서 중요한 지식은 '어떻게 살 것이냐'를 아는 것이다. 즉, 어떻게 악을 적게 행하고 선을 많이 행하며 살 수 있는가를 아는 것이다."(p131)
지식에서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질이라는 뜻이며, 그 질이라는 것은 '삶의 질'로 해석된다. 즉 선한 삶이 가장 고상한 지식이라는 뜻일 게다. 이 책에서 이 문장만이라도 가슴에 새기고 산다면 나는 정말 잘 살았다고, 성공한 삶이라고 자신할 수 있겠다. 이 문장을 100권의 독서보다 한 줄의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최근 내 삶에 적용해본다. 머리맡에 놓고 잠이 오지 않는 밤이나 마음이 어수선할 때마다 들여다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