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 꿈만 꾸어도 좋다, 당장 떠나도 좋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1
정여울 지음,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당선작 외 사진 / 홍익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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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한항공과 33만 여행자와 함께 뽑은 유럽의 보석 같은 여행지 100곳을 담은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을 설렘으로 기다렸다. 나이를 먹을수록 무언가를 설레이며 기다리는 일이 좀처럼 흔하지 않은데, 이 책은 설렘으로 맞았다. 젊은 시절 유럽으로 베낭여행을 떠나지 못한 걸 두고두고 아쉬워 하고 후회했는데, 그놈의 미련병이 다시 고개를 쳐드는가 보다. 평범한 여행자들의 로망인 유럽여행. 그 중에서 유럽의 숨은 여행지를 테마별로 안내하는 이 책을 한껏 기대하며 펼쳐들었다. 첫 페이지부터 가슴을 파고드는 문장.

 

 

"유럽의 밤열차는 내게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돌아갈 수 없는 공간을 그리워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중요한 것은 그리하여 '유럽'이 아니라 '여행' 자체다. 우리가 단단히 무장한 마음의 빗장을 열고 세상을 바라본다면, 이 삭막한 도시도 언젠가는 아름다운 엽서 속의 함초롬한 풍경으로 거듭날 것이다.

 당신의 그리움과 내 그리움이 만나는 기적 같은 시간 속에서.... "(p8)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의 정여울 작가는 지중해의 푸른 바닷물 전체가 거대한 햇살에 반사 되어 동굴 안을 푸른 빛으로 채우는 '푸른 동굴'이 명물인 이탈리아의 카프리섬을 '사랑을 부르는 유럽'의 첫번째 장소로 소개한다.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비의 신혼여행지, 영화 <일 포스티노>의 촬영지, [카프리의 사랑 이야기]의 배경이 된 카프리섬은 오래 전부터 로맨틱한 장소로 각광 받는다는 것. 에메랄드빛 바다와 온난한 기후, 아름다운 풍경이 담긴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호사를 누린다. 이토록 아름다운 곳에서라면 어떤 연인이라도 샘물처럼 사랑이 퐁퐁 솟아나지 않을까. 

 

카프리섬이 연인들의 사랑을 부르는 곳이라면, 슬프도록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는 프라하의 카를교는 낭만적인 사랑을 부른다. "카를교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온갖 시름을 잊게 한다. 블타바강 어귀로 나룻배들이 천천히 노를 저어 가고, 서쪽으로 기우는 해가 강물 위를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프라하 고성을 비롯한 온갖 명물들이 오렌지빛과 체리빛 노을로 물들어 가면 정신없이 뛰놀던 아이들도, 은밀한 정담에 시간 가는 줄 모르던 연인들도, 저마다 할 말을 잃고 조용히 석양을 바라보게 된다."(p23)

 

해질 녘 카를교가 우수에 찬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킨다면,  한낮에는 희망과 사랑으로 가득 차있다는 그곳으로 당장 떠나고 싶다. 숨막히게 아름답다는 카를교를 거닐고 싶고, 카를교를 갈 때마다 결혼식을 본다는 저자처럼 나도 운 좋게 단촐하지만 눈부시게 아름다운 결혼식을 보면 좋겠고, 슬프도록 아름다운 석양을 넋놓고 보고 싶고, 조각상에 기대어 앉아보고도 싶다. 카를교에 갔다 온 사람이라도 정여울 작가의 감성을 흔드는 글을 읽노라면, 다시 가고 싶은 욕망을 잠재우기 힘들 것 같다. 저자의 감성적인 문체가 독자의 마음을 온통 유럽으로 향하게 만든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은 사랑을 부르는 유럽, 직접 느끼고 싶은 유럽, 먹고 싶은 유럽, 달리고 싶은 유럽, 시간이 멈춘 유럽, 한 달쯤 살고 싶은 유럽, 갖고 싶은 유럽, 그들을 만나러 가는 유럽, 도전해보고 싶은 유럽, 유럽 속 숨겨진 유럽 등 10개의 테마로 분류해 각각 10곳의 유럽을 소개한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관광지부터 저자가 보고 싶은 아주 작은 장소에 이르기까지 유럽에서 놓치지 말아야 될 명소와, 사랑하는 사람과 머물만 한 곳, 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 도전과 열정과 문화의 공간으로  유럽 곳곳을 안내한다.

 

베로나의 원형경기장에서 관람하는 오페라, 크로아티아의 해안가 산책, 시간이 멈춘 듯한 스페인의 절벽 마을 론다, 동유럽의 음식 투어, 과거 사도 바울이 교회를 세우고 복음을 전했으나 폐허로 변한 에페소스의 고즈넉함과 쓸쓸함, 쇼팽의 흔적을 만나는 폴란드 바르샤바 쇼팽 박물관, 끝없이 걷고 또 걸어서 마음 깊은 곳의 자신과 대면하는 산티아고 순례 길, 노을지는 바닷가에서 파도가 연주하는 오르간 소리를 듣는 자다르 바다, 한 집 한 집 저마다의 공간이 점점이 모여 거대한 이야기의 벽화를 이루는 두브로브니크.

 

읽고 보는 것만으로도 탄성이 나오고 가슴이 벅차다. 시선을 붙잡아두는 아름다운 풍광에 매료되고 이야기를 창조하는 도시에 감탄하며 스페인, 이탈리아. 터키, 폴란드, 크로아티아, 체코, 스위스, 슬로베니아, 헝가리를 넘나들며 행복한 유럽여행을 마쳤다.

 

여행은 유명한 명승지를 보고 빼어난 절경을 감상하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곳으로 옮겨간다. 자신이 원하는 공간에서 자신도 몰랐던 자신을 만나고, 마음 속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마음 깊은 곳으로 떠나는, 곧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을 떠나고 싶다. 환경과 집안일에 구애받지 않고!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1년에 한차례는 꼭 유럽으로 떠난다는 정여울 작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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