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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그대로도 좋다
이규현 지음 / 두란노 / 2013년 12월
평점 :
봄햇살 처럼 따사로운 산문집
부산 수영로교회의 이규현 목사님이 누구나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집을 냈다. 일상적인 주제에 희망과 감동을 입힌 따스한 책이다. 순서에 상관없이 마음가는대로 읽어도 좋은 책, 약속장소에서 만날 사람을 기다리며 읽어도 좋을 책, 힐링이 필요한 사람에게 적합한 책, 불신자가 읽어도 부담없는 책이다.
이규현 목사님의 글에서 온도가 느껴진다. 인체의 온도보다 약간 높은 40도쯤? 따스한 봄볕의 기운이 전달되는 글을 읽노라면 한파도 잊게 된다.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통찰력과 깊은 사색에서 길어 올린 글이 잔잔한 울림을 준다. 생각의 파편들이 아름답고 정갈하게 배열된 책장을 넘기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고요해진다. '나도 이런 글을 쓸 수만 있다면' 일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눈과 내면세계의 풍성함, 일상의 평범한 주제에서 길어 올린 심오한 깨달음이 부러울 따름이다.
차를 마실 때 음미하며 천천히 넘겨야 제 맛이 나는 것처럼 이 책 역시 천천히 읽어야 제 맛이다. 특별할 것도 기발할 것도 없는 사람들과 다양한 일상에서 얻은 생각을 정리한 글이기 때문에 속도를 내면 자칫 지루하게 읽힐 수 있다.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다룬 <보이는 나, 숨은 나>, 창조의 절정은 꽃이 아니라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아름답지 않은 꽃은 없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라는 <그 정도면 괜찮아!>는 특히 공감이 간다.
"많은 사람이 열심히 달리는 것은 배웠는데, 어디서 멈추어야 할지는 배운 적이 없다. 쌓아올리는 것은 아는데, 만족하는 삶에 대한 배움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다. 여유를 가져야 한다. 조금 못 생겼어도, 조금 덜 가졌어도, 조금 실패했어도 괜찮다. 큰일 난 것 같아 보여도 조금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니다. "그래 넌 괜찮아."라는 내적인 만족에서 찾아오는 여유로움이 있다."(p223)
우리는 지나치게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경향이 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길 꺼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보이는 나와 숨은 나가 다르다. 남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살면 그것보다 고팔프고 허망한 인생이 또 있을까. 타인과 비교하느라, 남에게 좋은 평가를 받느라 전전긍긍하는 이들은 꽃에게 배워야 한다. 꽃은 알아주는지 없어도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다. 꽃의 세계에선 왕따도 없다. 봐 주지 않아도 서러워하지 않으며 오랫동안 바라봐 준다 해도 우쭐거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꽃은 언제나 당당하고 밝은 얼굴로 하늘을 향해 가슴을 열어 놓고 있단다. 그러니 열등감과 낮은 자존감,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이 꽃의 자세를 배워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을 받은 인간은 어떤 모습이건 꽃보다 빛나며 아름다운 존재다. 이 사실을 기억하고 외모가 어떻든, 환경이 어떻든, 자신의 독창성과 고유성을 사랑하며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만족하는 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다. 어떤 경우, 어떤 환경, 어떤 형편에서도 자족하기를 배웠다는 사도 바울은 환경에 상관없이 풍성한 삶을 살았다. 삶의 여유와 감사는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말이 된다. 쫓기듯 사는 현대인, 두려움과 불안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풍성하고 여유로운 삶의 길잡이가 되어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