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갈 - 고난 끝에서 맛보는 하나님의 은혜
안종혁 지음 / 두란노 / 201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달 구역장 모임 때 권사님 한 분이 "집사님, 나 책 샀어요" 하며 이 책을 보여 주었다. [길갈]이란 제목을 보고 성경에 나오는 지명인 것은 알겠는데, 누구와 연관된 지명인지 어떤 사건과 관계된 지명인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서 [길갈]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파악하는 동안 읽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리곤 까맣게 잊어버렸다. 읽고 있던 책이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읽어야 될 책들과 써야 될 서평이 줄지어 있어서 더욱 그랬다. 그러다 며칠 전 어느 목사님을 통해 이 책을 소개받으면서 아차, 하고 기억이 되살아났다.

 

엊그제 권사님에게 이 책을 빌려서 단숨에 읽었다. 새벽녘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할 정도로 흡입력이 강했다. 하나님께서 저자의 삶을 빚은 여정을 소개하는 이 책은 꼭지마다 공감이 갔고 간증마다 은혜로웠다. 특히 믿음의 여정에서  겪는 시행착오를 신앙적으로 분석하는 부분에서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자신의 잘못된 신앙 태도나 삶을 점검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그야말로 교수님 다웠다. 제아무리 신앙의 연륜이 깊다하여도 우리는 시행착오와 실패, 그리고 인간적인 욕심과 아집을 버리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원망하고 낙심한다. 우리의 계획보다 크신 하나님의 계획을 보지 못한 채 말이다. 저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저자가 다른 사람과 다른점은 어느 한 사건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하나님께서 어떻게 일하시고 인도하셨는지를 체크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러한 자기점검을 통해 성숙한 신앙, 곧 말씀을 살아내는 능력을 키우지 않았나 싶다. 저자의 말씀과 삶의 일치는 기도와 말씀에 깊은 뿌리를 내린 자기점검에서 비롯된 영성이 아닌가 한다. 그에겐 일이 곧 예배이며 삶이 곧 예배이다. 그에게 말씀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다.

 

'맞어, 나도 이럴 때가 있었는데...' 

'그래! 이게 진짜 크리스천의 모습이야' 

'나도 이렇게 치열하게 일하고 열정적으로 사역하고 싶다'

꼭지마다 공감하며 읽었다. 어느 꼭지에선 갑자기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차올라 책을 잠시 덮고 기도했다. 어느 대목은 내 안의 잠자던 열정을 마구 흔들어 깨웠고, 나태하고 게으른 나의 신앙을 준엄하게 꾸짖는 듯한 대목도 있었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가난 속에서 수많은 어려움과 실패와 고난을 겪으면서 살았다. 앞길이 시원하게 뚫렸다고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는 불확실한 인생을 내내 살았다. 첫돌이 지나 3개월 만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어머니의 삯바느질과 날품으로 생계를 이었다. 자전거도 없고 버스비도 없어 매일 20Km(50리)를 걸어서 통학한 중학 시절과 공업고등학교 시절, 졸업 후 방직공장의 전기공으로 일하던 청년의 때는 희망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암울한 시기였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 유학을 갔으나 박사학위 예비시험에 네 번이나 떨어졌다.

 

말더듬이에다가 박사학위 예비시험에 줄줄이 낙방하던 그가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예수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인 것을 깊이 깨닫고 새로운 꿈을 꾼다. 끊임없이 새로운 학문에 도전해 지금은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학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영향력을 발휘하는 공학자로, 신시내티대학의 석좌교수로 자리매김 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환하고 밝은 미래가 보여서 신나게 달려온 게 아니다. 불확실한 가운데서도 자신이 가는 길이, 하려는 일이 하나님의 말씀과 성품에 위배되지 않는지 체크하며 믿음으로 한 걸음씩 나아갔다. 실패를 통해 배운 진리를 붙들고 하나님과 동행하면서 나아간 것이다.  

 

멤스(MEMS)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교수로 우뚝 선 저자는 이 모든 지혜가 하나님께로부터 왔음을 고백한다. 영성이 바로 지성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는 바이다. 하나님은 모든 지식과 지혜의 원천이시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자는 기도 중에 많은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놀라운 결과를 도출했다. 모두 하나님이 주신 생각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치열하고도 탁월하게 수행한 것은 그의 깊은 영성에 기초하며, 새로운 학문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험정신은 영성을 지성의 근간으로 삼았기에 가능했으리라.

 

"나는 크리스천은 먼저 자신의 일로 자신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크리스천 학자는 학자로서 학문적인 업적을 통해 자신을 입증해야 한다. 학자가 학문적인 업적 이외의 것으로는 다른 학자들을 결코 설득할 수 없다. 학자가 학문의 업적과 그 영향력으로 자신의 경쟁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세상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p255)

 

고난과 절망으로 얼룩진 청년 시절을 보낸 탓인지 그는 청년들에게 유독 관심이 많다. 자마(JAMA)와 코스타(KOSTA)와 수많은 집회를 통해 수만 명의 청년 유학생들에게 복음을 증거하며 영원한 청년 사역자이기를 원하는 저자야말로 청년뿐 아니라 장년들의 롤모델이 아닌가 한다. 미국에서의 성공적인 입지 때문이 아니다. 성공적인 입지를 굳히는 과정이 눈물겹게 아름답기 때문이며, 고난을 극복한 여정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역시 하나님이 빚으신 인생은 아름답다!

 

여호수아는 오랜 광야 생활을 마치고 요단강을 건넌 후,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기 위해 요단강에서 취한 열두 개의 돌로 기념비를 세웠다. 그곳이 바로 '길갈'이다. 길갈은 하나님께서 수치를 굴러가게 하셨다는 뜻으로, 죄의 노예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이 되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책을 덮으며 생각해 본다. 

'나의 길갈은 어디쯤이며, 내가 취한 돌에는 어떤 의미가 있으며, 나는 무엇을 기념하는 돌을 메고 왔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