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훈련소 - 간단하고 쉽게 글 잘 쓰는 전략
임정섭 지음 / 경향미디어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인터넷 서점에 올린 서평에 덧글이 달리고 블로그 방문자가 늘어날수록 글쓰기가 점점 부담스럽다.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쓴 글을 올리게 되면 발가벗은 몸을 보여주는 기분이다. 반대로 마음에 드는 글을 올리는 날은, 그런 경우가 극히 드물지만 내심 뿌듯하다. 일기가 아닌 이상 모든 글에는 독자가 있다. 더구나  공개를 전제로 하는 서평을 주로 쓰고 있어 읽는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뿐더러 그에 따른 부담이 상당하다. 그래도 이 노릇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쓰면 쓸수록 문장력이 는다는 믿음과 책이 좋아서다. 또 부담감을 '문장력 향상을 위한 도구'라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해석해서다.

 

[글쓰기 훈련소]는 제목 그대로 글쓰기를 훈련하는 내용으로  글쓰기 기초부터 유려하고 세련된 글쓰기까지 차근차근 단계별로 지도해준다. 글쓰기는 대다수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조건이자, 높은 경쟁력이다. 30대 중반까지 변변한 직장도 없이 책을 벗삼아 지내다 독보적인 이력서 한 장으로 기업에 입사한 사람의 이야기가 좋은 예다. 어디 직장인 뿐인가. 학생들도 논술이다, 입시사정관이다 해서 어릴 적부터 글쓰기를 배운다. 배우기 싫어도 배워야 하고 갖추기 싫어도 갖춰야 하는 소양 중 하나가 글쓰기이다 보니 관련 학원도 많고 관련 서적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무슨 고집인지 글쓰기를 체계적으로 배워야겠다거나 글쓰기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을 이제껏 기웃거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글을 잘 쓰는 편도 아니다. 글쓰기가 쉬워서도 아니다. 우습지만, 나만의 색깔을 갖고 싶었다고나 할까. 다독과 다작을 통해 점진적으로 나아지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임정섭 님은 첫장부터 이러한 생각을 바로잡아주며 일침을 가한다.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글을 잘 쓰려 하고, 멋진 표현이나 아름다운 문장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글이 아름답고 고상하며 고급스러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p19) 속마음을 들킨 기분이다. 고상하고 고급스러운 문장이 소위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고 되지도 않으면서 그런 글을 추구했으니 말이다.

 

저자는 어렵고 멋진 글보다 쉽고 이해할 수 있는 글, 감상 대신 줄거리, 거창한 것 대신 일상, 장문 대신 단문을 쓰라고 말하며 '포인트 라이팅'을 제시한다. 포인트 라이팅이란 쓰려는 대상에서 P-포인트를 찾고,  O-아웃라인을 짜고,  I-배경정보를 넣고,  N-뉴스를 넣고, T-생각, 느낌, 의견을 넣는 기법이다. 여기에 인트로와 엔팅을 앞뒤로 넣으면, 즉 인트로/포인트/아웃라인/인포메이션/뉴스/쏘우트/엔딩의 7단계 기법은 글의 구조가 더 완벽해진다.  저자는 우주와 지구의 역사를 쉽게 풀이한 책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가지고 7단계 포인트 라인팅을 설명하며, 다양한 장르의 책과 많은 사례를 제시하며 쉽고, 빠르고, 재미있는 글쓰기 팁을 공개하는데 그의 다독에 입이 안 다물어진다. 게다가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하고 방대한 독서와 책을 꿰뚫는 통찰과 날카로운 시선에 압도당했다.

 

기자 경력과 시민기자 양성 경험을 바탕으로 전하는 저자의 글쓰기 노하우는 매우 유용하고 실용적이다.  특히 '글쓰기의 법칙'을 다룬 파트와 실전 글쓰기를 다룬 파트 5가 유익했다. '것'자와 '도'. '등'을 자주 쓰지 말라는 충고를 귀담아 들었다. 안 그래도 '것'과 '도'를 남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내겐 적절한 지적이라 반갑다. '것'대신 대체단어를 사용하고 '도'라는 조사 대신 '역시', '또한' '~과 함께'를 사용하도록 권한다. 주어와 문장의 중복, 과잉 수식과 수사, 필요 없는 비교를 피하면 세련되고 산뜻한 문장이 된다고 한다. 서평 잘 쓰는 8가지 방법은 두고두고 읽어봐야 할 내용이다.

 

글쓰기에 관한 책이라 그런지 서평 쓰는 데 유난히 신경이 쓰인다. 서평 쓰기에 관한 비법이 실려 있어서 더 그렇다. 책에서 서평 잘 쓰는 비결을 알려줬는데 엉뚱하게 쓰고 있진 않은지, 그래서 저자를 맥빠지게 만드는 건 아닌지 살짝 긴장된다. 체계적인 글쓰기를 배우고 싶거나 글을 잘 쓰고 싶거나 자신의 글을 점검하기 원한다면 [글쓰기 훈련소]가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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