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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고전 - 내 인생을 바꾸는 모멘텀 ㅣ 3분 고전 1
박재희 지음 / 작은씨앗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학창시절 고전문학 수업은 어렵고 따분해 점수가 늘 형편없었다. 그래도 서양고전은 필독서라는 인식이 있어서 몇 권 읽었으나 동양고전은 진부하고 딱딱하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거의 읽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십여 년 전부터 고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우연한 기회에 고전을 현대적인 언어로 다듬은 책을 읽고 고전의 매력에 서서히 빠졌다. 고전은 시대에 뒤떨어지고 졸린 이야기가 아니었다. 고전에 담긴 지혜와 고전에서 길어 올린 깨달음은 내 편견을 보기 좋게 부숴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가 있었다. 아무리 교훈적인 말이라도 재미없이 전달하면 이내 지루하기 마련인데, 고전은 고전 나름의 재미가 있다.
[3분 古典 내 인생을 바꾸는 모멘텀]은 박재희 교수님이 ‘라디오 시사고전’에서 방송하신 내용 중에 120여 개를 골라 담은 책이다. 방송에서 박재희 교수님은 3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고전의 글귀에서 길어 올린 깊은 의미를 매일 아침 청취자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방송을 들을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게 아쉬웠으나 바쁜 아침 시간에 스치듯 듣는 라디오 방송보다 묵상하듯 찬찬히 읽는 편이 내게는 더 낫지 싶다. 왜냐하면 책에 소개된 내용들은 고사성어집에 흔히 나오는 글귀들이 별로 없고 처음 대하는 낯선 고전들이 많다. 그래서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이나 고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반길만한 책이다. 또 쉽고 명쾌하게 고전을 풀이하고 있어 고전과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소개된 고전의 글귀 중 ‘큰 그릇은 늦게 완성된다’는 뜻의 대기만성(大器晩成)을 새롭게 해석한 것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대기만성을 ‘큰 그릇은 완성이 없다’라고 해석한다. 이유인즉, 세상에서 제일 큰 그릇은 아직 완성되지 않을 그릇이라는 거다. 이미 제일 큰 그릇이 완성되었다고 확정할 때 그 그릇보다 더 큰 크기의 그릇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란다. 지금보다 더 큰 그릇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완성의 방식이라고 설명하며,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발상과 새로운 지식으로 무한의 모습을 만들어가라고 충고한다. “완성된 모습, 정해진 소리, 보여지는 형체에 머물지 말라! 큰 그릇은 완성되지 않는다. 내가 날마다 새롭게 변해야 내 주변 사람들이 새롭게 변할 것이다! ‘위대함(great)’보다 더 위대한 것은 ‘나음(better)’이다.”(p133) 자칫 안주하거나 늑장을 부려도 문제되지 않을 것 같은 대기만성이라는 사자성어를 ‘혁신’으로 연결한 저자의 통찰이 놀랍다.
책은 이런 식으로 고전에 녹아있는 가르침과 처세술, 지혜를 주며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변화의 시대, 경쟁의 시대에서 도태되지 않기를 당부한다. 문제는, 고전 속에 농축된 삶의 지혜와 자세를 얼마나 실천하느냐에 달려있다. 결심은 잘하지만 실천이 부족한 사람은 이 책을 한 번에 다 읽지 말고 한 달에 걸쳐 나눠 읽거나 되풀이해서 읽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