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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없는 나는?
기욤 뮈소 지음, 허지은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12월
평점 :
사랑은 인류의 영원한 주제이며 변하지 않는 노래일 것이다. 아무리 이야기하고, 아무리 노래하고, 아무리 꿈꿔도 시들지도 질리지도 않는 것을 고르라면, 주저 없이 사랑을 꼽겠다. 우리는 계속해서 사랑을 말하고 노래하지만 정작 사랑에 서툴다. 주는 것에 서툴고, 받는 것에 서툴고, 표현에 서툴다. 그래서 사랑이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소중함과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기욤 뮈소의 [당신 없는 나는?]은 소중하고 불꽃같은 사랑 이야기를 섬세한 필치로 빠르게 그리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두 달 간의 일정으로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프랑스 청년 마르탱과 가브리엘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시간이 지나 프랑스로 돌아가야 하는 마르탱은 편지를 통해 가브리엘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가브리엘은 마르탱에게 귀국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고, 둘은 열흘 간 샌프란시스코의 카페와 해변을 누비며 불꽃같은 사랑을 나눈다. 프랑스로 떠난 마르탱은 가브리엘과 편지를 주고받던 중 가브리엘에게 만나자는 편지를 전한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만나기로 하지만 가브리엘은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다. 하루 종일 가브리엘을 기다린 마르탱은 그날 경찰이 되리라 결심한다.
세월이 흘러 경찰이 된 마르탱은 명화절도범 아키볼드를 뒤쫓는다. 누구도 잡지 못한 세계 최고의 도둑 아키볼드를 잡으려고 추적하지만 보기 좋게 농락을 당한다. 그러던 중 마르탱은 서울 검사 출신의 오문진이라는 여자를 만나 아키볼드를 잡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향한다. 그리고 가브리엘과 13년 만에 해후한다.
마르탱과 아키볼드는 어느 날 불쑥 가브리엘 앞에 나타나 그녀의 인생을 마구 뒤흔들어 놓는다. 마르탱이 쫓는 아키볼드는 가브리엘의 아버지였던 것이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여온 마르탱과 아키볼드는 가브리엘이 사랑한 두 남자였던 것이다. 두 남자는 최후의 승부를 위해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위 난간에서 아찔한 곡예를 펼치는데 ···.
가브리엘은 왜 13년 전 마르탱을 종일 기다리게 했을까? 마르탱은 왜 그날 이후 다시는 가브리엘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았을까? 그것은 사랑받지 못했던 지난날의 상처가 두 사람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또다시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아서, 다시 아프고 싶지 않아서 사랑을 회피했던 것이다. 주변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 상처받기 싫어서 사랑을 외면한다. 버림받기 싫어서 사랑하면서도 상대를 버린다. 그러나 아픔과 상처까지도 감수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며 후회 없는 사랑이리라. 기욤 뮈소가 작품을 통해 말하려는 것 가운데 내 마음에 와 닿는 메시지는 이것이다. 아프더라도 망설이지 말고 사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