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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뻔뻔한 기도에 응답하신다
마크 헤링쇼 외 지음, 송자영 옮김 / 살림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제목이 상당히 자극적이며 도발적인데 이상하게 제목을 보는 순간 뻔뻔하게 기도해도 되는 거였구나, 하는 안도감이 든다. 기도를 하면서도 이 기도는 하면 안 될것 같아 빼고, 저 기도는 왠지 염치가 없는 것 같아서 빼놓는다. 이것저것 다 기도하면 욕심이 하늘을 찌른다는 꾸중을 들을 것 같아 내 선에서 알아서 솎아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뻔뻔하게 기도해서 응답을 받으라고 한다. 정말 내가 하나님 앞에서 뻔뻔하게 기도해도 되는 걸까? 말씀대로 살지 못하는데, 찔리는 게 너무 많은데, 불끈불끈 화도 잘 내고, 다른 사람 흉도 잘 보는데 어떻게 뻔뻔한 기도를 할 수 있으며, 기도한다 하더라도 어찌 뻔뻔한 기도에 응답하실까? 사실 잘 믿겨지지 않는다.
[하나님은 뻔뻔한 기도에 응답하신다]는 먼저 기도에 대한 정의부터 내린다. '기도는 하나님과 하는 대화다.'라고 말한다. 남의 눈길을 의식하거나 불안해 하는 건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화에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조심조심 하며 앞뒤로 계산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기도도 그렇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지금 감정 그대로를 솔직하게 보여드리는 것이 진자 대화이고 기도라는 것이다. 누구도 보지 못한 한 부분을 드러내도 상관없다. 모든 것을 보여드려도 그분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으신다. "편안하고 친근한 대화처럼 기도는 우리가 약점을 드러내어도 안전한 장소이다."(19쪽)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약점이 결정적인 순간에 치명적이 될 수도 있지만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나는 신뢰한다. 그래서 가끔 내 서러움에 겨워 눈물을 쏟을 때가 있다.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을 드러내는 건 전적으로 그분을 신뢰하기 때문이며 그분이 주시는 위로가 필요해서이다.
[하나님은 뻔뻔한 기도에 응답하신다]는 '기도는 본능이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기도에 관한 공식이나 옳은 방식에 대해 배우지 못한 채 기도를 하게 된다. 예수님의 '주기도문'을 기도의 모범으로 배운 정도다. 나는 신앙의 선배들이나 목회자들의 기도를 들으면서 기도하는 방식을 혼자서 터득했다. 공예배 대표기도를 들으며, 소그룹 모임의 대표기도를 들으며 기도의 순서와 내용을 익혔다. 적당히 포장된 기도, 미사여구가 들어간 기도, 감사와 회개와 소망을 적절히 안배한 기도가 그것이다. 적어도 10년 이상 나는 이 기도의 모형을 버리지 못했다. 그러다 집에서 개인기도를 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기도의 틀을 깨게 되었다. 하나님이 앞에 계시다는 생각을 하면 기도의 형식은 저절로 깨어진다. 우리 안에는 기도 본능이 있고 이 본능이 우리를 무릎꿇게 만드는 것이다.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본능이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저자는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짧은 외침도 하나님을 향한 절절한 갈망의 표현이라고 말한다.
책은 흥정하는 기도와 질문하는 기도, 정의를 구하는 기도,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기도, 하나님이 듣고 싶어 하시지 않는 기도, 하나님이 거의 응답하시지 않는 기도, 응답하고 싶지 않지만 반드시 응답하시는 기도, 그리고 뻔뻔한 기도에 대해 다룬다. 하나님은 기도에 응답하신다. 정의를 구하고 하나님의 임재를 구하는 기도에만 응답하시는 게 아니라, 뻔뻔하고 이기적인 기도와, 하나님과 감히 흥정하려 하는 기도에도 응답하신다는 것이다. 물론 기도의 응답은 우리가 바라던 것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응답하신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기도를 통해 우리와 교제하길 바라시고 우리와 친밀해지고 싶어하시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번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본능이 신호를 보내는 것을 느꼈다.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게 만드는 책, 기도를 사모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