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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CEO - 하루, 8만 6,400초를 치열하게 사는 대한민국 대표 CEO들의 인생과 경영 이야기
김현예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각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장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독서'이다. 독서를 빼놓고 성공을 말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세계적인 거부 빌 게이츠도 어렸을 때부터 소문난 독서광이었고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오프라 윈프리도 이름난 책벌레다. 정조는 젊고 유능한 문신들에게 100일간의 휴가를 따로 주어 독서에 전념하도록 배려했다. 사가독서(賜暇讀書)를 시행한 정조는 앞을 내다볼 줄 아는 국왕이었으며 인재를 키울 줄 아는 리더였다.
오늘날 자신의 분야에서 대가를 이룬 사람들 역시 성공 요인으로 주저없이 '독서'를 꼽는다. 대한민국 대표 CEO들의 진정한 동반자인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읽는 CEO]를 만나보았다. 그들이 즐겨 읽는 책은 어떤 분야의 책인지, 책이 미친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한 것이 많았다. 책은 LS전선 구자열 회장부터 한세예스24홀딩스 김동녕 회장, 교보문고 김성룡 사장, 파파존스코리아 김현진 사장, 한국타워스왓슨 박광서 사장 등 13인의 CEO들과 인터뷰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시대 최고 리더들이 책을 중심으로 들려주는 기업경영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부분에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독서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그들에게서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이들에게 독서는 사기를 진작시키는 방편이며,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타인과 세상을 이해하는 힘을 키워주며, 때론 회사를 기사회생시킨 주인공이다. 독서의 힘을 피부로 느끼며 살고 있기에 이들은 시간을 쪼개서 책을 읽고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경영과 인생에 적용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낸다. 13인의 대표 리더들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읽고 있는데, 유독 삼독(三讀)을 하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타워스왓슨의 박광서 사장의 독서법이 인상에 남는다. 사법고시 준비생들에게 필요할 것 같은 '삼독법'을 하다니, 같은 책을 두번 읽는 것도 어려운 판에 세번씩이나 읽다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는 얕은 지식을 자랑하고 싶지 않아 공부를 '건방지게 하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경제경영, 문학 등 분야에 상관없이 삼독법을 사용한다. 평균 읽는 책의 70~80 퍼센트를 삼독한다고 했다."(110쪽) 하루 30분 독서로 삼독법이 가능하다는 것도 놀랍고, 온몸으로 책을 흡수하는 비장한 자세 또한 존경스럽다. 삼독법을 나도 따르고 싶지만 솔직히 자신이 없다. 삼독법이 오랜 습관이라는 박광서 사장은 주저 없이 짐 콜린스의 [위대한 기업은 어떻게 망하는가]를 추천하는데, 아쉽게도 아직 번역서가 출간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외에도 눈길을 끄는 CEO들의 책읽는 습관과 책이 미친 영향에 대한 흥미롭고 진지한 이야기가 많이 소개된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이석구 사장에게 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경영의 반려자다. 그는 삼성물산에서 웨스턴조선호텔로 발령을 받았을 때도, 다시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로 발령을 받았을 때도 제일 먼저 서점으로 달려가 관련 분야의 책부터 챙겨 읽었다고 한다. 스타벅스 매장을 서점처럼 꾸미고 '책 읽는 스타벅스'운동을 벌이며 신간이 매장에 들어오면 기존의 책을 불우이웃에게 기부하는 방식을 취한다. 교보문고의 김성룡 사장은 밭을 뒤엎듯 책장을 종종 정리한다고 전한다. 물이 고이면 썩어버리듯 한 곳에 고여 생각이 썩는 서재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책장을 정리한다는데 몇 년째 요지부동인 우리집 책장과 너무 비교된다.
책 읽는 CEO들은 책 한 권을 읽어도 비장하게 읽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자기 것으로 흡수하려고 노력한다. 독서는 자신의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최고의 경쟁력이라는 것을 꿰뚫은 사람들인 것이다. 한 권을 읽더라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려는 의지보다는 이러저러한 책을 읽었다는 과시욕이 앞섰던 내 자신이 부끄럽다. 많은 책을 읽었지만 책장을 덮으면서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것도 실은 독서법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한 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어 온전히 소화한 뒤 삶에 연결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