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작은 마을 - 앙증맞고 소소한 공간, 여유롭고 평화로운 풍경
서순정 지음 / 살림Life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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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갈수록 수려한 장관보다는 소박한 풍광에 마음을 빼앗긴다. 아무도 밟지 않은 새벽의 숲속 오솔길이 그립고, 서산마루에 걸린 해를 보면 까닭모를 슬픔이 밀려온다. 바람소리만 가득한 황량한 겨울 들녁이나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깊은 골짝의 외딴 오두막을 보면 가슴이 서늘해진다. 숨이 막힐 것 같은 위풍당당한 풍광은 그저 와아, 하고 감탄에 그치나 이렇듯 소박한 풍경은 오랜 여운을 남기며 그리움으로 남는다. 이런 까닭에 한동안 세월을 비껴간 풍광들을 부러 찾아나서기도 했다. 그러다 눌러앉은 곳이 지금의 후미진 산골 마을이다.

 

[일본의 작은 마을]은 번잡하고 화려한 도심을 벗어나 일본의 작은 마을을 여유롭게 탐사한 기록이다. 저자 서순정은 일본인도 알지 못하는 일본의 작은 마을을 찾아가 느린 걸음으로 둘러본 마을 풍광을 포토에세이 형식으로 담아냈다. 아무것도 없어서 더 근사한 일본의 작은 마을과 그 단출함을 좋아한다는 저자가 여행한  마을은  '주부, 간사이, 주고쿠, 훗카이도, 오키나와' 지역이다. 하나같이 정겹고 푸근한 인상을 주는  평온한 풍광들을 나도 저자의 속도에 맞춰 느리게 읽어나갔다.  

 

저자 서순정은 처음부터 일본의 작은 마을에 매료된 것은 아니라고 고백한다. 도쿄가 일본의 전부인 양 도쿄밖에 몰랐으나 일본의 작은 마을이 주는 소박하지만 앙증맞고 여유로운 매력에 빠져 일본 구석구석을 찾아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숨어있는 마을은 일본 특유의 멋과 정갈함을 느끼게 해준다.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갓죠즈쿠리 촌락은 세월을 비껴간 세상처럼 보여진다. 마을 전체가 문화재라는 이 마을은 저자의 표현처럼 스머프 마을이 떠올려질 만큼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멋을 풍긴다. 눈부신 벚꽃 터널이 있는 아기자기한 동화 같은 마을과 물 위에 떠 있는 집들을 따라 산책하는 바닷가 작은 마을은 허물없는 벗과 산책하고 싶은 마을로 꼽고 싶다. 삼나무로 둘러싸여서 삼나무 향 가득한 마을, 초록빛과 흙빛의 어우러짐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그 길의 구석구석에 카페가 숨어 있는 마을, 오랜 풍경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소박한 섬마을, 오래된 헌책방과 레코드 가게가 즐비한 골목 등 숨겨진 일본의 이색 마을 31곳을 저자와 여행하는 내내 푸근함이 전해졌다.

 

일본의 작은 마을이 오랜 친구처럼 느껴지는 것은 소소한 일상을 담백하게 옮긴 글과 소박한 사진 때문이리라. 일본 여행을 저자처럼 후미진 작은 마을로 떠나는 것도 낭만적인 여행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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