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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
온다 리쿠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온다 리쿠는 국내에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여류 작가이다. [밤의 피크닉]을 재미있게 읽은 터라 설레임 속에서 [도미노]를 기다리다 받았다. 자동차와 건물, 건물 옥상까지 빼곡한 사람들로 채워진 정신없는 표지를 들여다 보며 이번엔 무슨 이야기로 읽는 재미를 줄지 기대에 부풀어 책을 펼쳤다. 헉~~ 무슨 등장인물이 이렇게 많아? 세어보니 자그마치 스물일곱 명이나 된다. 거기다 필립의 애완동물 한 마리까지 합하면 스물여덟이다. 이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구분하며 읽지? 더구나 그 이름이 그 이름 같은 일본 이름 아닌가. 대략난감이다.
온다 리쿠는 청춘 소설과 미스터리, 판타지, 호러 등을 넘나들며 거침없는 상상력을 구사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녀가 신간을 내놓으면 이번에는 어떤 장르의 소설로 책읽는 즐거움을 선사해줄지 궁금하고 기대도 크다. [도미노]는 '패닉 코미디'라는 새로운 소설이며, 책을 읽는 동안 웃음이 멎지 않는 작품이라고 띠지는 귀뜸해준다.
표지는 일본에서 가장 복잡한 도쿄 역이다. 관동생명의 7월 마감날, 단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유코는 새로나온 달콤한 쿠키를 사러 도쿄역으로 간다. 농업에 종사하는 아즈마 순사쿠는 하이쿠 친구들과의 오프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난생처음으로 도쿄에 입성한다. 10세 소녀 마리카와 11세의 레이나는 아동 뮤지컬 <에미>의 오디션을 보러 엄마와 도쿄에 오고, 차기 회장를 놓고 추리력을 겨루는 하루나와 타다시는 미스터리 영화를 관람하러 도쿄에 온다. 미에는 34세 훈남 청년 실업가인 사촌 마사히로의 여자친구를 떼어놓으려고 도쿄에 오고, 테러리스트 조직 '얼룩 끈' 멤버인 카와조에 켄타로는 도쿄 역을 폭파시키기 위해 자신의 시작품을 '도라야' 종이봉투에 담아 도쿄에 온다. 이 외에 아사다 카요코와 유키 마사히로 등 등장인물 스물여덟은 모두 공교롭게도 도쿄 역을 중심으로 모여든다.
정신없이 복잡한 금요일 퇴근시간에 도쿄 역을 중심으로 아무런 관계도 없는 스물여덟 등장인물이 한데 얽히며 연결되는데, 사건의 발단은 테러리스트들이 가지고 있던 폭탄의 시작품이 담긴 '도라야' 종이봉투가 바뀌는 데서 비롯된다. 종이봉투가 바뀌는 바람에 모든 등장인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하나로 연결된다. 순사쿠 할아버지와 카와조에 켄타로 사이에서 처음 뒤바뀐 종이봉투는 쿠키를 사러나온 유코에게 갔다가 다시 실연으로 아파하는 카요코에게 간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종이봉투가 옮겨지는 과정을 온다 리쿠는 빠르고 코믹하게 전개해 스피드와 유머를 안겨준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해서 인물들을 분간하지 못할까 살짝 긴장하며 읽기 시작했으나 각 사람의 개성을 강하게 살려낸 온다 리쿠 덕분에 무리없이 읽힌다. 재미있고 유쾌하며 스릴 넘치는 [도미노]는 패닉 코미디의 진수를 유감없이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