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조동섭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갑자기 모든 것이 끝날까봐 두려워” 하루의 시작을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여는 조지는 연인을 교통사고로 잃은 남자다.  조지의 연인은 그의 여자친구 도리스와  함께했던 여행길에서 자동차 사고로 죽었다. 58세의 동성애자이자 대학교수인 주인공 조지는 미국에 사는 영국인이다. 조지의 일상은 애인을 잃기 전이나 다를 게 없지만 일상 곳곳에서 사고로 죽은 짐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싱글맨]은 애인을 잃은 중년 남자의 하루를 그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섬세하게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떠나보내고 혼자서 맞는 하루는 말 할 수 없이 외롭고, 길고, 공허하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저절로 생각나고 기억하지 않으려고 해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억해내고 있다. 같이 듣던 음악을 듣거나, 같이 거닐던 길을 지나거나. 함께 먹었던 음식을 보기만 해도 가슴이 먼저 뜨겁게 반응을 한다. 연인과 함께했던 모든 일들은 추억이 되고 그 추억은 남아 있는 사람을 아프게 하고, 무기력하게 하고, 슬프게 만든다. 남아 있는 조지도 그랬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가며 삶의 의미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송두리째 가져가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짐과 함께 살던 집에서 홀로 아침을 맞는 조지는 자신이 누구인지 의식조차 하기 싫어한다. 출근 준비를 하는 조지는 집안 곳곳에 배인 짐의 흔적을 보는 것이 괴롭다. 다른 것은 다 제자리에 있는데 오직 짐만 없다는 사실은 조지에게 가시처럼 아픈 통증을 준다. 짐 없이 보내는 조지의 하루는 다른 날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의 의식은 다른 날의 그것과 분명 차이가 있다. 여자친구 샬럿과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고, 강의를 하고, 점심을 먹고, 도리스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게 가고, 헬스클럽에 가고, 해변 술집에서 제자를 만나는 등 여느 날과 비슷한 하루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온갖 상념들로 가득하고 그가 보이는 태도는 평소와 다르다. 슬픔에 잠겼다가, 승리감에 도취되었다가, 낄낄거리며 실없이 웃는 건 그의 가슴이 공허하기 때문일 게다.


 주인공 조지는 작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자전적 모습이라고 역자는 말한다.  크리스토퍼 이셔우드는 조지와 마찬가지로 노년에 막 접어든 지식인 동성애자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소설을 이끌어가는 동안 작가는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면서도 주인공과 자신을 수시로, 더욱, 일치시킨다.  그러고 보면, 조지가 하루의 일상을 지나고 ‘침대 위의 육체’가 된 순간 깨달았던 찰나의 성찰은, 노년을 마주하고 선 작가가 느꼈던 생의 깨달음과 같다." 1962년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1964년에 출간되어 40년간 독자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왔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이었을 텐데 작가는 소설 속 주인공을 당당하게 동성애자로 설정했다. 작가가 작품을 빌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동성애와 이성애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까? 어쩌면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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