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태왕의 비밀스런 이야기

신비 1 - 神秘
하병무 지음 / 밝은세상 / 2009년 11월

이 책 [신비]는 서른아홉이란 젊은 나이에 죽은 광개토태왕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한 역사 소설이다. 광개토태왕이 서른아홉에 죽은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며 진실이었다.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왕명에 따라 고구려, 백제, 신라 세 나라의 역사를 기록한 김부식의 [삼국사기]가 광개토태왕이 서른아홉에 세상을 떠났다고 기록하기 때문이다. 이제껏 우리는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삼국사기]에 관한 학계의 곱지 않은 시선을 감안하면 광개토태왕의 죽음에 대한 의문 제기가 아주 터무니 없는 일은 아닌 듯 싶다.

 

김부식은 그가 서른아홉에 죽었다고 했고, 장수왕은 비문에서 서른아홉에 ‘기국棄國, 즉 나라를 버렸다’고 했다. 작가 하병무는 광개토태왕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며 소설을 시작한다. 광개토태왕의 할아버지 고국원왕이 70세, 큰아버지소수림왕이 65세, 그리고 아버지 고국양왕이 70세, 아들 장수왕이 98세까지 장수한데다가 전쟁도 없는 태평성대에서 불세출의 정복군주가 그렇게 일찍 죽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역사 소설 [신비]는 작가가 중국 여행 중 우연히 보게 된 고서(古書)로 인해 탄생된 작품이다. 책을 보여준 조선족 할아버지에 의하면,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밭을 갈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농사를 짓던 밭은 광개토태왕의 묘역과 지근거리에 있었다. 주인을 모르는 무덤 안에서 발견된 책에는 붓글씨로 신비(神秘)라는 제목이 쓰여져 있는데 자세히 보니 신비 앞뒤로 무기(武記) 라는 두 글자가 더 있었던 흔적이 보였다. 글을 조합하면 무신비기(武神秘記), 즉 ’싸움의 신, 혹은 전쟁의 신에 대한 비밀스런 기록’이다. 이 비밀스런 기록은 왕의 지밀내관이자 호위무사인 ‘두절(頭切)’이 남긴 것이다. 왕의 최측근에서 평생 왕을 모셨던 고구려 최고의 무사 두절이  왕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자신의 무덤까지 갔다.

 

왕의 비밀스런 이야기란, 왕은 서른아홉에 죽지 않고, 서른아홉에 권좌를 버리고 어디론가 떠났다는 것이다. 5천 년 역사에서 가장 찬란한 빛을 발했던 광개토태왕이 왜 왕위를 버리고 떠난 것이며, 어디로 떠난 것일까?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광개토태왕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고구려의 전성기를 구가한 왕으로 남과 북으로 영토를 넓혀 만주와 한강 이북까지 차지한 장수 중의 장수요, 왕 중의 왕인 광개토태왕이 정말 그 이유로 권좌를 버렸을까? 정말 한 여인 때문에 나라와 백성을 뒤로 하고 사라진 것일까? 궁금하다면 만나보시라.

 

이 책은 태왕이 아닌 순수한 남자의 애잔한 사랑을 만나볼 수 있는 소설이다.  풍부한 상상력과 치밀한 추리력으로 광개토태왕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새롭고 놀라운 광개토태왕을 기대해도 좋은 팩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