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페터 빅셀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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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우리는 '바쁘다'와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바쁘고 시간이 없다는 말은 능력의 상징으로 둔갑되었고 반대로 한가하고 시간이 많은 사람들은 평가절하되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러한 시선을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 중에는 한가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못 견뎌 하거나 심한 경우 조급증을 내기도 한다.(성격 탓도 있겠지만) 일이 있든 없든 쫓기듯 바쁘게 사는 게 자연스러운 모습이 되어버린 사회는 시간의 질보다 양에 무게를 두는 오류를 낳았다.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는 시간의 의미와 가치를 느린 속도로 이야기 하며 잘못된 우리의 시선을 교정해주는 에세이다. 일흔을 넘긴 스위스 노작가 페터 빅셀은 '시간'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페터 빅셀은 아무런 목적 없이 '기다리기', '바라보기', '이야기하기' 같은 행동이 주는  삶의 기쁨과 소중함을 우선순위에 둔다. 그는 자신이 존경한다는 에밀을 향해 진정한 어른이라고 말한다. 알아야 할 것을 모두 아는 사람. 그리고 시간이 많은, 그것도 아주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존경하며,  에밀과 같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에밀에게 많은 걸 배우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역에 있을 이유 없이, 그러니까 특별히 하는 일 없이, 감탄하며 무언가 구경하거나 자세히 관찰하지 않고서도 그저 거기서 서성이는 법, 그냥 여기 있기, 그냥 존재하기, 그냥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삶은 풍요롭고 아름답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

 

기차가 도착하기도 전에 일어서서 내릴 채비를 하고 긴장하면서 5분 여를 기다리는 사람들, 기다리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지하철 몇 번째 칸, 몇 번째 문 앞에 서야 환승 통로와 가장 가까운지를 미리 재는 사람들,  버스 정류장에서 전광판을 통해 버스 도착 시간을 미리 확인하는 사람들을 저자는 이해하지 못한다. 저자에게 기다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존재 증명’ 방법이며, 그냥 거기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기 때문이다.

 

노작가가 주장하는 삶의 풍요로움은 '바라보기'에서 절정을 이룬다. 그는 "나는 관찰하지 않는다. 그저 볼 뿐이다”라고 말한다. 동물원에서 동물의 이름을 가르치려 애쓰는 부모들과는 달리, 이름 따위에는 상관없이 이미 동물들에게 감탄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주목한다.  “동물들 스스로는 자기 이름이 무엇인지 모른다. 세상은 자기 이름을 모른다.”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는 어른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들며 일상의 소소한 곳에서 즐거움을 발견하도록 이끈다. 내가 살아가는 사회의 시선 따위는 잠시 접어두고, 거짓과 위선의 가면을 벗고 진짜  자신을 만나고 싶은가. 자신만의 가치를 실현하며 여유롭고 풍요롭게 살아가고 싶다면 노작가의 말을 되새겨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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