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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만드는 오페라 카수
배재철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이런 걸 두고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말한다. 소경이 눈을 뜨고 앉은뱅이가 일어서고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것만 기적이 아니다. 저자 배재철의 기적은 그보다 더한 감동이며 찡한 울림이다. 아시아에서 100년에 한번 나오는 목소리라고 세계 무대에서 극찬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오페라 가수 배제철은 어느 날 갑자기 생명과 같은 목소리를 잃어버린다. 대학과 교회를 연습실삼아 1만 시간이나 부르고 또 부르며 연습해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친구들을 제친 연습벌레 배제철은 갑상선 암 선고로 무대를 잃고, 암 조직 적출수술로 목소리를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는다. 기적은 그렇게 벼랑 끝에 있었다.
혹시 나를 두른 환경과 내가 처한 상황이 점점 나를 벼랑으로 몰아가고 있는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그렇다면 감사해야할 것이다. 벼랑 끝으로 몰아간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이미 일을 시작하셨다는 강력한 신호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다른 목적을 이루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이 벌써 진행되었다는 시그널이다. 저자의 삶을 봐도 이런 내 생각이 틀리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노래를 부를 수 없다는 건 오페라 가수에게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살아야 할 이유와 목적을 상실한 사람이 절망하는 건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저자 역시 절망하며 괴로워한다. 그러나 배재철은 절망의 심연에서 저벅저벅 걸어나온다. 깊은 절망 가운데서, 고통의 한복판에서 그를 일으켜세운 건 그의 친구이자 멘토인 와지마와 팬들이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아파하는 그에게 와지마와 일본 팬들은 용기를 주고, 치료비를 지원하고, 노래를 다시 한 번만 더 듣고 싶다며 응원하는데 그 과정이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수술대 위에서 불렀다는 찬송가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는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듣지는 못했지만 당시 그의 심경이 전달되어 내 가슴에 뜨거운 덩어리가 올라오는 게 느껴진다. 그의 노래를 다시 한 번만 더 듣고 싶다는 팬들의 바람은 결국 목소리를 회복하는 기적을 낳는다.
다시 찾은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 배재철은 이제 새노래를 부른다. 좌절과 고통에 빠진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노래, 희망을 주는 노래를 부른다. 비록 수술 이전의 음량만큼 풍부하진 않지만 팬들과 일일이 눈빛을 마주치며 교감하며 부르는 노래는 읽는 이를 전율케한다. 비록 온전하게 목소리를 회복하지 못했지만 그의 노래엔 이전보다 깊은 감동과 원숙함이 배어있다. 시련을 딛고 재기에 성공한 그를 보면 좌절할 수 없고 핑계댈 수 없다. 그는 겸손하고 진솔한 언어로 희망을 퍼뜨리는 희망 전령사이다. 온몸으로 위로를 주며 삶 전체로 희망을 말하는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 배제철은 영혼으로 노래하는 천상의 가수다. 책에 포함된 CD를 들은 사람은 내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