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아프리카
권리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이 괘나 낭만적이며 역설적이다. 눈 오는 아프리카라니. 눈을 감고 눈 오는 아프리카를 상상해 보았다. 아프리카를 여행한 경험이 없는 게 이럴 땐 더 좋은 것 같다. 머릿속에 그려진 그림이 제법 그럴듯하다.  밀림과 사막과 너른 초원을 덮은 새하얀 눈이 펼쳐진 그림이 고요하면서 아름답다. 이 책 [눈 오는 아프리카]는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끄는 제목과 성장소설이라는 점에 매료되어 읽기 시작한 책이다. 저자는 1년간 39개국을 여행하며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눈 오는 아프리카]는 유명한 화가인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시작한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에 스트레스를 받은 아들 유석은 원형탈모증이 생기고, 유석의 집은 아버지의 자화상이라 믿고서 판 그림이  위작으로 밝혀져 하루 아침에 쫄딱 망하게 된다.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은 아들 유석은 아버지가 남긴 자화상 <야마 자화상>을 찾기 위해 세계 여행을 떠난다. 일본 친구 쇼타는 유석의 여행길의 동행자이다. 쇼타는 쇼타대로 6년 전 집을 나간 형을 찾기 위해 나선 여행이다.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두 사람의 멀고 긴 여행은 영국을 시작으로 네델란드, 프랑스, 스페인, 인도, 이탈리아, 그리스,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등 전 세계를 돌며 여행한다.

 

가난한 여행자들이 그림을 찾고 형을 찾는 고단한 여정은 자기 자신과 대면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유석은 고생스럽고 힘겨운 여행에서 자신의 숨은 능력을 발견해낸다. 여행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과 경험하는 것들은 두 사람의 내면을 더욱 단단하고 성숙하게 해주었다. 이것이야말로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며 이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소설 곳곳에는 1년 동안 39개국을 여행한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어서 에피소드가 억지스럽지 않다. 여행지의 풍경 또한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라 그런지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낡은 호텔방의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그러나 유작을 둘러싼 소유권 분쟁과 위작 논란을 비롯한 너무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아서 다소 산만하고 복잡해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게 흠이다. 하지만 저자의 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세계 여행을 직접 하고난 뒤 소설을 완성했다는 점은 한없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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