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북 - 할리우드 유명 스타 12명이 함께 쓴 실천형 환경 가이드북 일상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것들
엘리자베스 로저스 외 지음, 김영석 옮김 / 사문난적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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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 재작년의 겨울은 나에게 평생 잊지못할 기억을 안겨주었다. 심한 가뭄으로 지하수가 끊기는 바람에 11월부터 이듬해 봄까지 두 해  겨울을 소방서에서 물을 길어다 먹어야 했다. 내가 사는 강원도 정선의 겨울 가뭄은 작년에 특히 유난했다. 소방서에서 물을 길어오는 우리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차가 없어서 소방서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은 눈을 녹여서 밥을 하고 빨래를 하며 불편한 생활을 했다. 불편한 건 물을 받아오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받아온 물을 지하에 묻어놓은 물탱크로 옮기는 동안 호스가 꽝꽝 얼어서 호스를 녹여서 다시 물을 받는 건 예사고 설거지나 세안, 양치질은 반드시 받아서 하고, 사용한 물을 두 세번씩 재활용하는 건 기본이다. 그러다 보니 잘 씻지도 못하고  샤워는 꿈도 못 꾸고 청소도 제 때에 못하고 볼일은 산에서 해결해야 했다. 올해는 다행히 물이 완전히 끊기지는 않았다. 쫄쫄거리며 아주 조금씩 나오는 물을 아껴서 사용하고 있다.

 

이런 경험은 물이 펑펑 나오는 한여름에도 물을 아끼게 해주었다. 도시에서 산골로 이사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경험해보지 못했을 테고 나는 그야말로 물쓰듯 물을 낭비했을 것이다. 갈수록 전 세계적으로 마실 수 있는 담수 공급량은 점점 더 부족해지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20퍼센트만이 수돗물을 마시고 있고 10억 이상의 인구는 깨끗한 물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2025년까지 물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물 공급량의 22퍼센트 정도를 늘려야만 한다는데 물 부족 현상이 지구 전체의 일이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물부족 국가라고 들었다. 물을 제일 많이 사용하는 곳은 집이다. 가정에 공급되는 식수의 40퍼센트가 화장실에서 흘려보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샤워 시간을 줄이고, 양치질 하는 동안 수도꼭지를 잠그고, 변기를 한 번 덜 내리는 작은 실천 하나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매일 한 번 정도 변기의 물을 내리지 않으면 아프리카에서 한 사람이 하루 동안 마시고, 요리하고, 목욕하고, 세탁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미국 사람들이 샤워 시간을 2분 줄이면 세계에서 가장 큰 오대호에서 끌어들인 담수량의 두 배를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나 한사람 물을 아낀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커다란 변화는 작은 데에서 출발한다.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은 가족에게, 가족의 실천은 이웃에게 번지고 이웃은 사회에 영향을 준다. [그린북]은 한 사람 한 사람이 행하는 작은 실천의 중요함을 알리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조목조목 일러주는 실천형 환경 가이드북이다. 이 책은  물 부족을 비롯해 지구온난화와 기후 변화, 쓰레기 과잉, 에너지 고갈 등 오늘 지구가 맞딱뜨린  환경 문제를 경고하며 우리의 생각이 바뀌고 바뀐 생각대로 실천하기를 촉구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적인 삶이 녹색으로 바뀌지 않으면 이 심각하고 시급한 환경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책이 말하려는 핵심이다.

 

[그린북]은 지구가 당면한 환경 문제를 제시하는 데 머물지 않고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줄이고 물과 에너지를 절약하는 유용한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다. 가정이나 직장, 학교, 여행지, 운동시에 실천할 있는 일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드라이클리닝 횟수 줄이기, 휴대폰 재활용하기, 자동판매기 음료수 먹지 않기, 자동차 함께 타기, 천 가방 사용하기, 러닝 머신에서 뛰는 대신 야외에서 걷거나 달리기, 현금자동인출기 영수증 출력하지 않기. 청구서 온라인으로 받기. 온라인 뱅킹 적극 활용하기, 재활용 페인트 사용하기, 자전거 타기. 에어컨 설정 온도 높이기. 백열전구 형광등으로 바꾸기 등 책이 제시한 실천사항들은 우리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사실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라 귀찮고 게을러서 안 하는 것일 게다.  환경보호는 거창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자연을 보호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일은 결국 인간을, 우리의 후손을 사랑하는 일이며 후손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행해야 할 임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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