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를 얻은 글재주 - 고대 중국 문인들의 선구자적 삶과 창작혼
류소천 지음, 박성희 옮김 / 북스넛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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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중국 고대 문인들의 생애와 작품을 다룬 이 책이 내 눈에 띄었던 것은 조선 지식인에 대한 오래된 관심 때문이다. 조선의 지식인들 치고 중국 고대 문인들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 소설의 효시가 된 김시습의 [금오신화]는 명나라 구의의 [전등신화]에서 영향을 받았고, 고려와 조선의 많은 시인들은 당대 최고의 시인이며 친구였던 이백과 두보, 도연명의 시를 모방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 문인들은 문학뿐 아니라 우리 선조들의 정치세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권력에 등을 돌리고 현실에서 벗어나 술과 거문고를 즐기며 고고하게 살았던 중국의 죽림칠현은 임춘, 이인로 등 고려의 죽림칠현(강좌칠현)을 낳기도 했으니 말이다. 우리 선조들의 삶과 작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중국 문인들을 만날 때마다 중국 문인들의 삶을 다룬 관련 도서를 기웃거렸으나 저작만 실은 책들이 대부분이어서 늘 아쉬웠다. 그러던 차에  만난 [천하를 얻은 글재주]는 그간의 궁금증을 대부분 해결해 주었다.

 

[천하를 얻은 글재주]는 중국 문학사에 길이 남는 문장가 9명의  작품과  생애, 작가의 진솔한 견해를 담고 있다. 작가는 정사와 야사의 사료 연구를 통해 문인들의 삶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 밀도 있고 세밀하게 9명의 삶을 복원해 놓았다.  책에서 소개하는 9명의 문장가는 모두 문인이자 정치가이다. 문인들이 글을 읽고 썼던 목적은 벼슬에 나아가 자신의 이상을 정치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문치주의 나라에서 문인들의 힘이  막강하다는 것은 조선시대를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책의 첫번재 주인공은 중국 최초의 자유사상가 굴원이다. 굴원은 초나라 왕실에서 태어났으나 세상과 타협하지 못하고 비참하게 살다가 끝내 멱라강에 몸을 던져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권력가들의 모함으로 비참하게 살았지만 비루하지 않았던 중국 최초의 서정시인 굴원이 후대에 추앙받는 인물이 된 것은 나라에 대한 충성과 깊이있는 사상 때문이라고 한다. 후세에 견줄 만한 이가 없을 정도의 사상을 가진 굴원의 작품 중 <이소>는 질곡의 정치 인생을 걸어야 했던 굴원의 울분과 그래도 버릴 수 없는 신념이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시라고 한다.

 

굴원에 이어 작가는 진정한 지식인의 초상 사마천과 고대의 지식 장사꾼 사마상여, 당대 최고의 풍류 명사 혜강, 자연을 닮은 영성주의자 도연명, 광기와 야성의 유랑 시인 이백, 속세의 고통을 대변한 두보, 귀족과 평민을 오간 문학 거장 백거이, 어질고 따뜻했던 국왕 시인 이욱을 소개한다. 글에 뛰어났던 이들은 왕이나 권력가들의  잘못을 보면 목숨을 걸고 글로써 왕에게 직언하고, 간언하고, 비유를 들어가며 충고하기를 서슴치 않았다. 돈이나 권력, 명예를 좇지 않고 가치를 좇으며 산 사람들, 시대에 영합하지 않고 신념을 지킨 사람들이다. 그래서 당대에는 가난하고, 고독하고, 비참하게 살다갔지만 후대에는 추앙과 존경을 받고 있다. 저자는 2천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대중의 사그라지지 않는 추앙을 받고 있는 고대 문인들이야말로 '진정으로 천하를 얻은' 사람들이라고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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