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 여행의 황홀 - 자연주의 에세이스트 박원식의 산골살이 더듬기
박원식 지음 / 창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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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여행 차 들렀던 곳에 홀딱 반해서 4년을 내리 다녀온 뒤 그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강원도 정선 산골의 그림같은 풍광은 여행지로선 나무랄 데 없으나 눌러 살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나와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낀 남편이 5년 간 실랑이를 벌이다 내린 결정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아이들은 아빠의 감언이설(?)에 속아 아빠의 의견에 동조하여 나 혼자서 외롭게 고군분투 하다 결국 항복하고 말았다. 우리가 옮겨앉은 마을은 앞으로 동강이 도도하게 흐르고 사방 원시림으로 둘러싸인 적막한 산촌이다. 포장되지 않은 마을길, 폐가나 다름없는 낡은 집, 주인 떠난 여러 채의 폐가는 척 봐도 개발과 동떨어진 마을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렇게 궁벽한 산골에서는 한 달도 못 견딜 것 같았으나 막상 살아보니  좋은 점도 꽤 있어 벌써 3년째 산사람으로 살고 있다.

 

[산촌 여행의 황홀]은 산이 좋아서, 산에 푹 빠져서 우리나라의 산골짝 구석구석 이잡듯 뒤집고 다닌 자연주의 에세이스트 박원식의 산촌 여행 에세이다. 이 책을 받던 날 남편과 나는 머리를 맞대고 감탄하고, 놀라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책장을 넘겼다. 어머, 조제마을도 나왔어. 이사람이 여길 어떻게 알았지? 수주면도 나왔네, 좋은 데는 다 알고 찾아갔네. 우와~ 우리 옆 동네 임계도 있어! 아, 이 작가 정말 대단하다. 산북도 갔었네. 진짜 여행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우리의 감탄과 놀라움은 그칠 줄 몰르고 이어졌다. 오지 여행과 탐험을 즐기는 우리 부부에겐 더 없이 반가운 책이라 점잖을 떨 수가 없었다.

 

[산촌 여행의 황홀]의 박원식 저자는 오지 산촌 여행의 고수 중 고수이다. 오지 산촌 여행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만큼 자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남편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으니 말이다. 책에 소개된 산촌은 우리가 가봤던 곳이 대부분이라 그곳에서의 추억을 자연스레 기억시켜주었다. 특히 우리가 사진을 찍었던 장소와 동일한 사진을 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호들갑을 떨며 반가워했다. 한 달에 십여권 이상의 책을 읽지만 남편과 이렇게 척척 죽이 맞아 가며 신나게 책을 읽은 건 처음이다. 연애 시절에도 안 했던 경험을 이 책이 하게한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일은 없을 것 같아 저자에게 고맙다.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곳에 찾아간 저자는 그곳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소박한 삶을 들려준다. 고요한 숲속 마을을 지키는 노인들, 정감 어린 어머니들, 듬직한 젊은 농사꾼들이 산에서 사는 모습은 내가 사는 마을 사람들의 뚝심과 질박한 모습과 닮아있어 정겹고 나의 외로움과 닮아있어 친근하다. 조금 과장하자면 바로 나의 이야기, 우리 마을의 이야기이며 풍경이다.  산촌 사람들의 이야기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시큰해지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내가 사는 정선군에 속한 임계면과 지척에 있는 영월군의 하동면과 수주면을 만나 반가웠으나 우리 마을이 빠진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울창한 원시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정선 신동의 고고산으로 작가를 초대하고 싶다.

 

오지 여행에 관심이 있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산촌 풍경을 계절별로  나누어 실은 작가의 글솜씨가 대단해 산촌 여행의 황홀경에 빠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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