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블루
김랑 글.사진 / 나무수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하기 좋은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아무 생각없이 어디론가 무작정 나서고 싶다. 오래된 친구와 떠나도 좋고 혼자 떠나도 나쁘지 않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호젓한 오솔길을 걷고 싶다. 걷다 지치면 그 길 어디쯤에 있는 벤치에 앉아 사색에 잠기고 싶다. 잔잔한 호수를 마주보고 앉으면 더 좋을 것 같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과 고운 빛으로 옷을 갈아입은 나뭇잎, 갈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을 보며  온몸으로 가을을 느끼고 싶다. 옛일이 떠오르면 빙그레 웃음짓고 옆자리가 허전해  가슴이 서늘해지면 옷깃을 여미면 되겠지. 조금 지루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렇게 앉아서 지는 해를 맞으며 노을이 번진 수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싶다. 어쩌면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 한 방울 떨구며 일어설지도 모르겠다.

 

여행, 특히 혼자하는 여행은 가족들 뒤치다꺼리에 바쁘다는 핑계로 항상 뒤로 미룬다. '다음'을 기약한지 수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감행할 엄두가 안 난다. 아이들이 어릴 땐 어린대로, 크면 큰대로 내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어 훌쩍 떠나기가 싶지 않다. 세월이 흐를수록 여행에 대한 동경은 깊어가는데 현실에 발목잡혀 집을 나서지 못하는 나에게 여행서는 최고의 대리만족이자 위안이다. 혹시 모를 훗날 여행에 도움이 될까해서 열심히 읽는 이유도 있다. 이번에 읽은 여행서는 [크로아티아 블루]이다.

 

크로아티아. 이름이 참 예쁜 나라이다. 우리에겐 내전으로 알려진 나라지만 이름만큼 예쁘고 멋진 자연경관을 가진 나라이다. 유럽인들은 크로아티아를 '유럽 속의 아주 특별한 유럽'이라고 부른다.  수려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유럽인들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할 휴양지로 뽑은 곳이기도 하다. 크로아티아는 발칸 반도에 있는 나라로, 서쪽에는 지중해의 일부인 아드리아 해가, 북서쪽에는 이스트리아 반도, 동쪽에는 세르비아가, 북쪽에는 헝가리가 있다. 지중해성 기후로 연중 맑은 날씨를 자랑하는 휴양지가 많으며 이탈리아보다 잘 보존된 고대 로마의 유적으로 가득한 나라가 크로아티아다.

 

[크로아티아 블루]의 저자 김랑이 이끄는대로 따라가다 보면  다양한 '푸른빛'과 맞닥뜨리게 된다. 푸른 하늘, 눈이 시리도록 푸르디 푸른 아드리아 해의 물결, 시간과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여러겹의 호수 물빛이 모두 푸른빛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아픈 사연과 저자의 옛추억이 모두 가슴을 시리게 만드는 푸른빛이다. 사연과 사람, 풍광과 시간에 따라 저마다 다른 다채로운 푸른빛을 보여주는 크로아티아를 여행하는 동안 내 마음도 끝없는 바다 같은 그리움으로 푸르게 번져갔다. 차마 놓지 못한 혼자만의 사랑 때문에 눈물을 흘린 여인의 가슴으로 쓰리게 밀려든 것도 푸른 그리움이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푸른빛을 차례로 마주하며 사색에 잠기고, 추억에 잠기고, 상념에 잠기고,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저자의 단상이 서정적이고 낭만적이다. 여자 작가로 오해하기 좋은 김랑의 서정적인 문체가 크로아티아를 더 아름답고 더 푸르게 보여준다. 푸른빛으로 가득한 크로아티아를 마음과 눈으로 가득 느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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