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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 CEO 강우현의 상상망치 - 톡톡 치면 팍팍 나오는 현장판 생각놀이
강우현 지음 / 나미북스(여성신문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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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아이들을 데리고 당일로 다녀오기 좋은 곳이 남이섬이다. 잠깐이지만 배도 탈 수 있고 너른 잔디밭에서 공놀이 하며 마음껏 뛰어놀 수도 있어 어린 아이들과 놀러가기엔 그만이다. 3살, 5살 된 두 아이를 데리고 가을이 시작될 무렵 남이섬에 다녀오고 2년 뒤 비슷한 시기에 한번 더 찾은 게 마지막이니 남이섬을 간지도 벌써 11년이 되었다. 평일 이른 시간을 이용한 탓도 있겠으나 갈 때마다 남이섬은 한적하고 쓸쓸했다. 둥글게 둘러앉은 한무더기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우리 가족이 유일해 덕분에 잔디밭을 독차지하고 뛰고 구르고 뒹굴며 심심하면서도 오붓하게 놀다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일까, 내가 기억하는 남이섬의 이미지는 고요하고 쓸쓸한 가을과 닮아 있다.
그런데 남이섬이 바뀌었다고 한다. 조용하던 남이섬이 1년에 200만 관광객이 다녀가는 국제관광지로 아주 폼나게 바뀌었다고 한다. 손님은 줄고 쓰레기만 늘었던 남이섬, 가진 것이라곤 쓰레기뿐이던 남이섬, 경영 악화와 경쟁력 약화로 경영난에 허덕이던 남이섬이 기사회생한 데에는 강우현 대표의 상상놀이 경영법이 있었다. 나는 남이섬이 경영난에 허덕이는 줄 몰랐다. 게다가 남이섬이 개인 소유의 섬인 줄은 더더욱 몰랐다. 남이섬도 외도처럼 개인 소유의 섬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남이섬 CEO'라는 제목이 비로소 이해되었다.
남이섬 CEO [강우현의 상상망치]는 지난 8년 간 남이섬에서 일어난 갖가지 변화와 다양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직원들 월급을 걱정할 정도로 어려웠던 남이섬의 대표를 맡고서 저자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청소였다. 강우현 대표는 "섬 숲에 새가 많았으면 좋겠다. 개발하지 말고 나무와 물고기만 많은 생태주의 섬으로 만들라."는 남이섬 소유주인 수재 민병도 선생님의 말씀을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다. 이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강우현 대표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다치지 않고 있는 것을 가지고 다시 쓰고 고쳐 쓰며 남이섬을 바꾸었다. 쓰레기를 재활용해 멋진 예술 작품으로 선보이고, 질척거리는 흙길에 신선한 마사토를 뿌리고, 농약 사용을 중지했다. 그랬더니 숲이 울창해지고 풀들이 많아지고 새들이 몰려들었다. 있는 것을 가지고 써먹고 가진 것으로 승부한 결과 유원지가 관광지로, 소음이 리듬으로, 경치가 운치로 변해 동화 같은 세상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강우현 대표는 성공 비결에 대해 현장에서 함께 일하며 시범을 보여주었을 뿐, 상상한 것들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대단한 비결은 없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그는 '불가능'에서 '불'자를 떼어버리면 남는 건 '가능'뿐이니 "되는 것만 생각하고 안 될 것도 해보자"라고 외친다. 배운 것 버리고, 가진 것 뒤집으면 저절로 아이디어가 생긴다는 상상놀이 경영법은 말도 안 되는 듯하면서 말이 된다. 역발상경영, 상상경영, 창조경영, 디자인경영은 엉뚱한 생각을 하는 CEO, 엉뚱한 생각을 현장에 대입하는 CEO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앞으로도 그는 엉뚱한 생각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마음속 상상은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오늘 그의 마음속 상상이 앞으로 어떤 모습, 어떤 서비스로 세상 밖으로 나올지 기대되고 궁금하다. 책을 덮은 후 남이섬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그 아름다움에 홀딱 반해버렸다. 내 기억속의 남이섬은 온데간데 없고 확 달라진 남이섬이 나를 반긴다. 가을이 가기 전에 아름답게 변한 남이섬을 찾고 싶은데 늘 마음뿐이라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