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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평점 :
자기 생각대로 사는 사람보다는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순응하며 사는 사람들이 더 많다.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을 선택하며 소신대로 사는 사람보다는 안전하고 익숙한 길을 택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가치관과 세계관은 그저 철학일뿐이지 그것을 삶에 끌어들이지 못한다. 가치관과 사는 모습이 별개인 것은 사회의 통념과 시스템, 다수가 택한 길을 걷는 게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타인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타인의 평가에 연연해 한다. 남에게 보여지는 행복은, 절대 행복이 아닌 비교 행복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다.
그런데 [고등어를 금하노라]의 임혜지 작가의 가족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일상에서 그대로 실천하며 살고 있다. 세상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롭고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별종 가족이다. 저자는 고등학교 때 가족과 함께 독일로 이주한 뒤 극과 극이지만, 그래서 잘 통하는 남편을 대학 시절에 만나 20년 넘게 같이 살고 있다. 첨단 기기를 개발하는 회사에 근무하는 남편은 물리학 박사이고, 저자는 문화재 실측 조사와 발굴 연구를 하는 프리랜서다. 독일에서도 공부를 많이 한 편에 속하는 부부는 공부 덕분에 부귀영화를 누려본 적도 없고, 또 부귀영화가 없다고 해서 불행하게 느낀 적도 없다. 부부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돈이 아닌 가족과 함께하는시간이며, 순간의 안락함보다는 인간으로서의 품위이며, 강요와 간섭이 아닌 자유와 존중이다.
이러한 행복의 기준을 실천하기 위해 저자 부부는 자동차를 포기했다. 자동차로 사람의 계급과 재력과 교양과 성품을 가늠하는 독일에서 자가용 없이 당당하게 살아간다. 식탁에서는 고등어와 변태 딸기를 금했다. 삼면이 육지인 독일에서 엄청난 연료를 소비하며 이동해 온 먼 나라의 고등어보다는 독일의 제철 음식, 제철 과일을 먹겠다는 말이다. 지구 환경을 위해서 자동차와 고등어를 포기하고 난방과 온수를 포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 부부는 돈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소비를 최소화하고 만들수 있는 물건은 만들어 쓰고, 세끼 식사를 온 가족이 함께하기 위해 부부는 직업적인 성공을 일부 포기했다. 무섭게 절약하며 살기 때문에 돈이 더 필요한 것도 아니고 승진이나 출세에 욕심을 내지도 않는다. 오히려 저자는 있는 돈도 다 못 쓴다며 남편더러 그만 벌어 오라고 말한다. 남의 이목에 초연하다보니 이들에겐 세상에 부러운 사람이 없다. 상대적 빈곤을 느끼지 않으니 흐트러지지 않는 품위가 배어나온다. 자녀 교육에 있어서도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고 인격을 존중하며개성을 발휘하도록 한다. 어떠한 강요나 간섭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녀를 존중해준다. 공부가 늦되다고 채근하지 않고 참을성 있게 기다려주는 부부의 모습에서 나는 많이 부끄러웠다.
[고등어를 금하노라]는 세상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가족의 행복한 삶을 보여준다. 행복의 기준이 명확한 사람들, 그 기준을 따라 묵묵히 제 갈 길을 걷는 사람들, 품위 있는 삶을 위해 자발적으로 포기도 할 줄 아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났다. 다소 유치해 보였던 책 제목이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제목에 담긴 의미와 저자 가족의 삶이 우아하고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