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를 시작으로 이덕일 님의 책을 읽기 시작하여 이덕일 작가의 책은 거의다 섭렵했다. 이덕일 작가는 대중역사서를 이끌어가는 역사집필가이며 역사의 이면을 파헤치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주는 역사학자로 유명하다. 요즘 대중역사서가 사랑을 받고 독서가들의 관심을 받는 것은 우리가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던 역사와 역사의 미스터리를 객관적 사료에 근거하여 바로 잡아주며 문제를 제기하는 역사학자 이덕일이 있기 때문이다. 이덕일 작가는 시대와 인물을 뛰어난 통찰력과 새로운 시각으로 읽어내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 역사학자이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역사집필가이다.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은 정설로 굳어진 역사학계의 실체를 파헤치며 왜곡된 우리 역사의 의문과 궁금증, 이와 관련된 한국 주류 역사학계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책은 한사군이 과연 한반도 내에 있었는지, [삼국사기] 초기 기록은 조작되었는지, 노론사관은 어떻게 조선 후기사를 왜곡시켰는지, 독립군의 항일 무장투쟁은 존재하지 않았는지를 조목조목 살펴본다. 저자는 한국 주류 사학계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먼저 고조선사를 검토한다. 사료와 유적, 유물을 분석해 한국 주류 사학계의 고조선사에 관한 정설이 중화사관과 일제 황국사관에 의해 왜곡되었다는 것을 밝혀낸다. 일제 식민사학에 기반을 둔 고조선사는 사학계의 태두라는 이병도와 그의 제자들에 의해 더욱 공고해졌으며 이제는 고조선 문제뿐만 아니라 조선 후기 세도정치가 개혁정치였다는 주장까지 나온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저자는 일제 식민사관과 노론사관은 일란성 쌍둥이라며 이 두 사관의 뿌리는 같다고 말한다. "조선 후기 내내 집권당이었던 노론의 상당수 인사는 일제의 대한제국 점령에 협력한 대가로 작위와 은사금을 받았고, 일제 때도 지배계층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가문 출신 중 일부가 조선사편수회에 들어가 식민사관 전파에 일조했고 이들이 해방 이후에도 사학계 주류를 장악한 결과 노론사관과 식민사관이 한국사를 구성하는 주요 관점이 된 것이다." 조선총독부 산하 조선사편수회에서 만든 한국사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와 비판이 해방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하니 바라건데 이 책을 계기로 한국 주류 사학계의 뿌리를 캐는 일이 진행되기를 바란다. []을 읽는 동안 무거운 것에 짓눌린 것처럼 가슴이 답답했다. 중국 동북공정에 맞서라는 기구 '동북아역사재단'이 국민들의 세금으로 동북공정에 동조하는 연구를 하고 있으니 분통터지지 않겠는가. 잘못된 역사 교과서는 또 어떤가. 일전에 고등학생인 큰아이의 교과서를 보고 북벌을 주장하고 북벌을 펼친 사람이 우암 송시열로 되어 있는 것을 경악한 적이 있다. 저자의 말대로 송시열은 효종의 북벌정책을 가장 크게 반대했던 인물이다. 효종과 독대를 요청해 교묘하고 간사한 꾀를 낸 송시열이 북벌정책을 주장했다니, 게다가 효종은 외롭게 북벌정책을 고집하다가 갑자기 의문사를 당했는데 말이다. 청동기시대에야 국가가 성립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단군조선을 말살하는 식민사학의 의도와 독립운동사를 말살하기 위한 현대사 연구 금지에 숨어 있는 노론사관과 일제 식민사관에 더이상 속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잘못 배워서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우리 세대로 족하다. 우리 자녀 세대들은 식민사관과 노론사관으로 왜곡된 역사와 그릇된 역사관을 배우면 안 된다. 이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한국 주류 사학계를 향해 옳은 말을 하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주는 이덕일 작가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역사학자이다. 주류 사학계의 자정을 기대한다면 지나친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