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다 역사지리학자와 함께 떠나는 걷기여행 특강 1
이현군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서울을 지척에 두고 수십년 동안 살면서 서울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와 소중함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조선왕조 519년 역사의 중추도시가 바로 서울임에도 서울을 역사와 문화의 고장으로 인식하지 않았던 것이다. 생각해 보니 참 부끄럽다. 500년 도읍지였던 서울 곳곳에 역사의 조각들과 흔적들이 흩어져 있다는 것에 왜 진작 주목하지 못했을까. 우리나라의 수도에 대해서 무관심하고 서울의 역사에 대해 왜 알려고 하지 않았는지 부끄러울 뿐이다. 꼭 이런 책을 보고서야 아, 그렇구나! 라고 깨닫게 되니...

 

중학교 1학년 때 경복궁과 덕수궁으로 소풍을 갔던 기억이 책을 읽는 중 떠올랐다. 카메라가 귀했던 시절이라 친구들과 돈을 모아서 카메라를 대여하고 필름 몇 통을 사들고 생전 처음으로 고궁에 발을 디딘 날. 그날 소풍에서 대여용 카메라는 사람보다 자연을 더 많이 담았다. 근정전과 경회루,  흙마당과 돌계단과 돌담길과 멋스런 소나무 등을 부지런히 담았다. 당시엔 궁궐의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지만 셔터를 누르는 재미와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풍광을 하나라도 더 담으려는 욕심에서 마구 렌즈에 담았던 것 같다. 여하튼 그 소풍 이후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딱 한 번 경복궁을 찾은 게 전부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오만함(?)이 유적지로 가는 길을 방해하고 신촌과 종로, 대학로로 돌아다니게 만든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서울은 약속이 있거나 볼일이 있을 때, 굵직한 행사나 전시회가 열릴 때 가는 곳으로 변했다. 갈 때마다 복잡함에 혀를 내두르며 길거리에서 시간 다 허비했다고 투덜대기 일쑤여서 중요한 일이 아니면 서울행을 자제했는데 까맣게 잊고 살았던 서울의 옛모습을 보여주는 [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다]를 보니 서울이 새롭게 보인다.

 

[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다]는 현재의 서울에서 한양을 찾아보고 한양에서 서울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서울이 처음 수도가 된 조선시대 한양을 중심으로 궁궐과 종로, 사대문 등을 두 발로 직접 걸으며 눈으로 확인한 역사지리 답사 안내서이다. 텍스트로 만나는 역사에서 발로 걸으며 눈으로 확인하는 역사인 것이다. 성서를 통해 예수의 생애를 이해하는 것 보다 성지순례를 하게 되면 훨씬 더 예수의 삶이 와 닿고 이해된다. 마찬가지로 활자로 된 역사보다는 답사를 통해 만나게 된 역사는 현장감과 사실감을 높여주어 살아있는 역사와 마주하게 해준다. 북악산, 인왕산, 남산, 낙산, 다시 북악산으로 연결되는 도성은 수도 서울의 형성원리와 공간적 확대과정을 볼 수 있는 코스라고 한다. 다소 긴 거리이지만 아침 일찍 창의문에서 출발해 책이 말하는대로 이동하면 하루 안에 둘러볼 수 있다니 아이들과 도전해볼 참이다.


 

이현군 저자는 조선시대에 도성의 맥을 보존하는 조치나 궁궐 뒤쪽 산을 크게 그리는 것은 자연을 통해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조치였으며,  한양과 궁궐의 입지 기준점인 북악산 일대의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것은 왕권에 대한 도전이었다고 전한다.  백악(북악)마루의 동쪽 창덕궁과 서쪽 창의문, 창덕궁 뒤편의 와룡공원부터 창의문까지의 구간은 모두 도성의 주맥으로 관리되고 신성시되었던 곳이라고 한다. 단순히 산 하나만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경로로서의 능선, 맥을 관리했던 것이다. " 일제 강점기 이후 훼손되기도 했지만 이렇게 성곽이 잘 남아 있는 도시도 드뭅니다. 서울이 역사적으로 오래된 도시이며 문화도시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장소가 조선시대 궁궐들과 이 도성 성곽입니다." 저자는 북악산에서 보는 경관 자체가 서울이 자랑할 만한 문화 유산이라고 말한다.  

 

세계인들이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감동하는 창덕궁을 비롯한 고궁과 종묘, 사직, 문묘(성균관), 사대문, 말을 위한 제단, 비와 바람을 위한 제단, 한강과 나루터, 도성과 한강 사이에 있었던 물류 중심지, 청개천의 유래 등 서울의 문화 유산과 조상들의 정신세계, 역사지리에 관한 지식을 쌓도록 도와주는 [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다]는 역사적으로 서울이 어떤 곳인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서울의 가치, 서울의 진면목,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책과 함께 걸으며 만나보니 서울이 새삼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다. 겨울방학을 이용해 아이들과 함께 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걸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