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담 빠담, 파리
양나연 지음 / 시아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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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몸담아 왔던 일터를 떠나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거나, 정든 사람들 곁을 떠나 먼 곳으로 이주하기까지 큰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더구나 몸에 밴 일을 버리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은 더 큰 용기와 결심을 필요로 한다. 과연 경험이 없는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적성에는 맞을지, 하다가 중도에 포기하지 않을지 두렵고 걱정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를 꺼리고 익숙하고 안전한 현실에 안주하려 한다. 나부터도 낯설고 모험을 필요로 하는 일보다는 편하고 익숙한 것을 더 좋아한다. 이처럼 도전정신이 형편없이 낮으니 살면서 성취감이나 희열을 맛보기가 어렵다.

 

[빠담 빠담 파리]의 저자 양나연은 잘 나가던 8년 차 개그작가를 그만두고 전혀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 연고도 없는 파리로 날아가 여행 가이드를 시작한 것이다. '웃찾사' 개그 프로그램의 작가에서 파리 여행가이드로 변신한 것이다. 그렇다고 프랑스어를 잘 하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프랑스 역사와 문화에 정통하냐면 이 역시 아니다. 단지 프랑스 여행을 해본 경험이 있을 뿐이고, 그 여행에서 지나가는 농담처럼 여행 가이드를 권유받은 게 전부다. 다소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결심한 데에는 무시무시한 사건이 계기가 되어서다. 서른 번째 생일 날 새벽 귀가 길에 집 앞에서 괴한에게 폭행을 당하고 " 나도 죽을 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오늘 죽을 수도 있으니 하고 싶은 일을 내일로 미루는 건 바보 같은 일이라 여기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한다.

 

'파리 가이드'는 작가 말고 그녀의 가슴을 떨리게 한 유일한 일이다. 안정적인 삶보다는 가슴 떨리는 일을 선택한 그녀의 모습에서 나는 한비야씨의 모습을 보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과감하게 사표를 내고 세계 오지여행길에 오른 뒤 가슴 떨리는 일을 발견한 한비야 말이다. 수년간 가슴 떨리는 일을 하며 얼마 전에는 그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늦은 나이에 유학을 떠난 한비야씨 모습이, 8년 간 쉬지 않고 달려온 양나연 방송 작가 모습 위로 겹쳐졌다. 가슴 떨리는 일을 하기 위해 안정적인 길에서 생소한 길로 궤도를 수정한 용기와 도전정신이 부럽고 샘이 난다. 내가 조금만 젊었어도, 하나마나 한 넋두리를 뱉으며 그녀의 고된 여행 가이드를 훈련을 뒤쫓았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쯤은, 생판 모르는 낯선 일쯤은 그녀에게 아무 문제도 안 된다. 열정적으로 발로 뛰고 익히며, 배우고, 공부하며 파리와 친해지고 파리를 알아가는 초보 가이드의 여정이 신선한 자극을 준다. 파리를 사랑한 그녀는 파리에서 자유와 희열, 그리고 소중한 인연을 만난다. 하고 싶은 일, 가슴 떨리는 일을 찾아나서고 싶지만 환경과 상황에 발목잡혀 있는 사람들은 양나연 작가의 용기내기를 만나보라. 곧 태어날 아기를 업고도 여행길에 나설 거라는 그녀의 도전정신은 머뭇거리는 이들이 배워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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