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게임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스페인 소설은 처음이다.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라서 각 나라 소설의 특성이나 경향을 줄줄이 꽤지는 못하지만 일본이나 중국, 영미 소설에 익숙하다 보니 스페인 소설엔 덥석 손이 가질 않는다. 내가 아는 스페인 소설은 전세계적으로 1.200만 부 이상 팔리며 스페인 소설의 위용을 과시한  [바람의 그림자] 뿐이다. 작년부터 도서 구입 목록에 이 책을 올렸지만 막상 구입할 땐 늘 뒤로 밀린다. 그러다 이 책의 저자 카를로스 루이스 샤폰의 [천사의 게임]이 눈에 들어왔다. 성인 한 사람이 일 년 동안 평균 책 한 권을 읽는다는 스페인에서 출간 40일 만에 100만 부가 팔렸다는 경이로운 판매수를 기록했다는 문구가  [천사의 게임]에 손이 가에 했다. 전작을 뛰어넘으며 대기록을 세우는 이 책 내용이 궁금했고, 무엇이 사람들을 그토록 열광하게 만들었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소설은 암울한 시기의 음산한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책을 좋아하는 주인공 다비드 마르틴이 학대받았던 어린 시절, 서점 '셈페레와 아들’의 친절한 서점 주인의 위로, 총에 맞아 죽은 아버지, 신문사 사환, 필명 작가에서 비달의 대필작가로, 비서 크리스티나, 그리고 평생의 꿈이었던 자신의 소설 집필, 정체 불명의 안드레아스 코렐리로부터 ‘모든 이들의 마음과 영혼을 바꾸어 놓을 힘을 지닌 책’을 써 주면 큰돈을 주겠다는 제안, ‘탑의 집’으로 이사를 한 후 이상한 일들이 하나둘씩 일어나고 전에 살았던 주인에게 일어난 미스터리한 일이 마르틴에게 점점 다가오는 내용으로 소설은 펼쳐진다.


[천사의 게임] 1권은 기대만큼 재미있지 않고 지루해서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야 했지만, 중반을 넘으면서는 오히려 작가의 호흡을 따라가기가 어려울 만큼 빠르게 몰고간다.  추리와 호러,  판타지, 사랑과 증오, 종교와 철학이 뒤섞여 기괴하고 음산하며 미스터리하고 모호한 분위기를 자아내어 장르를 구분짓기 어려운 독특한 소설이다.  안개 속을 거니는 듯한  분위기,  정체 불명의 남자와 함께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일들, 잊힌 책들의 묘지,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가 신비로움과 혼란스러움을 주기도 한다. 가난한 작가의 고뇌와 불안, 창작에 대한 고통을 엿볼 수 있는 이 소설에서  카를로스 루이스 샤폰의 문학적인 묘사를 빼놓을 수 없다. 곳곳에 배치된 문학적인 표현과 의미가 담긴 고급 유머와 철학적인 대화가  돋보인다.  책을 읽은 느낌은 책만큼이나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묘한 매력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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