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면 교복을 벗기도 전에 컴퓨터 전원에 손이 먼저 가는 큰아이가 어느 날부터 컴퓨터 대신 책을 읽고 있는 게 신기했다. 늦은 시간에 집에 오는데도 피곤한 줄 모르고 붙들고 있는 책은 [트와일라잇]이었다. 아이는 학교 도서관에서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모두 빌려왔고 덕분에 나도 [뉴문]과 [이클립스]를 재미있게 읽었다. 시리즈 최종편인 [브래이킹 던]을 남겨놓은 시점에서 아이는 졸라대기 시작했다. [브래이킹 던]이 학교에 없으니 사달라고 말이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인간과 뱀파이어의 사랑 이야기로 전 세계 독자들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독자들이 트와일라잇 시리즈에 열광하는 이유는 놀라운 흡입력과 기존 뱀파이어와 다르게 가족을 이루어 살아가는 뱀파이어의 독창적인 이미지, 그리고 아름다운 사랑 때문이다. 나 역시 큰기대 없이 펼쳐들었다가 읽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 판타지 소설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책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었다. 아이가 빠져 있는 책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한 게 시초가 되었으나 읽을수록 신비로운 판타지 세계를 여행하는 새로움과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에드워드와 벨라의 예쁜 사랑에 가슴 떨며 읽었다. 작가는 뱀파이어의 뻔한 로맨스를 뻔하지 않게, 애절하게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8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브레이킹 던]은 에드워드의 청혼을 받아들인 벨라가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신혼여행지에서 알게 된 벨라의 느닷없는 임신과 뱃속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아기는 벨라의 목숨을 위태롭게 했다. 그러나 벨라는 끝까지 아이를 지키고 낳으려는 모성애를 발휘한다. 결국 뼈를 부러뜨리고, 배를 찢고 나온 르네즈미로 인해 벨라는 죽는다. 그리고 이내 에드워드에 의해 벨라의 소원이 이루어진다. 뱀파이어가 되기를 소원했던 벨라의 그 바램 말이다. 벨라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순간은 내 궁금증이 풀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벨라가 어떤 방법으로 뱀파이어가 될지 궁금했는데 작가는 출산을 택해 인간이 뱀파이어가 되게 했다. 벨라는 대가족 안에서 행복한 새출발을 하지만 딸 르네즈미로 인해 위기에 처하게 되고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최종편이라 엄청난 기대를 안고 읽었으나 다소 허무한 결말이 아쉬움을 준다. 그러나 지고지순한 사랑을 한 에드워드와 벨라는 오래도록 내 가슴에 남을 것 같다. 그들의 장엄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대서사를 이제 영화로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