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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
신예희 글.그림.사진 / 시그마북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나는 끼니를 걸러도 배고픈 걸 못느낀다. 하루 종일 밥을 먹지 않아도 배고픈 걸 모르는 희한한 체질이다. 그렇다고 주전부리를 달고 사는 것도 아니고 과일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군것질도 하지 않으면서 밥은 가족이 다 모이는 저녁 한 끼만 먹을 때가 많다. 다만 커피는 거르지 못한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마시기 시작해서 자기 직전까지 하루에 대여섯 잔을 마신다. 종일 굶어도 배고픈 줄 모르는 나는 배고프면 화나는 사람들이 조금은 낯설다. 배가 고픈데 왜 화가 날까? 그냥 먹으면 되지.
[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의 저자 신예희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 전세계를 여행하며 그 나라, 그 지역의 음식을 소개한다. 기내식을 선두로 홍콩&마카오, 스페인, 터키, 태국, 일본 등의 고유 음식과 다양한 먹거리로 독자를 안내한다. 그녀를 따라다니다 보면 어느새 입안에 침이 고이고 시장기가 발동한다. 파삭파삭 따끈따끈 노릇노릇 달콤달콤한 에그타르트 앞에선 나도 뭔가를 먹어야만 될 것 같아 퍽퍽한 빵과 커피를 홀짝이며 군침을 밀어넣었다.
왁자한 시장통의 푸릇푸릇한 야채와 새콤달콤한 과일, 날 것 그대로 진열해 놓은 정육점, 펄떡이는 싱싱한 활어에서 풍기는 비릿한 생선 냄새,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복적대는 활기찬 재래시장에서 그녀는 입맛을 쩝쩝 다신다. 배고프면 화나는 그녀는 보는 것도 징그러운 음식들을 먹고, 요상한 냄새 풀풀 풍기는 풀을 좋아하고, 꿈틀거리는 음식도 마다하지 않고, 양고기 내장탕을 좋아하는, 누구도 못따라올 정도의 좋은 비위를 가지고 있다. 낯선 음식에 대한 강한호기심과 도무지 무서운 게 없는 대담무쌍한 입맛은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의 요상한 음식이라도 거뜬히 넘기게 해준다. 이러한 대담입맛과 무한식탐은 세계 여행을 편하고, 건강하고, 활기차게 해준다. 물 가리고 음식 가리면 아무리 좋은 곳에 간들 그곳이 좋아보일 리 있겠느냐 말이다.
[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가 소개한 음식 중 스페인의 대표적인 아침식사인 바삭하게 튀겨낸 추로스와 초콜라떼, 터키인들의 식탁을 책임지는 빵과 국민간식 참깨빵 시미트,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다양한 열대과일을 입맛 다시며 읽었다. 저자는 각 나라의 재래 시장 음식에서부터 고급 음식까지 두루 먹으며 입으로 코로 눈으로 귀로 온몸으로 그 나라를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음식으로 그 나라의 문화를 보고 음식으로 그 나라를 체험한 이야기가 톡톡 튀는 게 맛깔스럽고 위트있다. 저자의 경험과 정보는 현지에 가게 될 사람들에게 맛있는 여행, 활기찬 여행으로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