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르리라 - 작은 교회 희망의 씨앗
이태형 지음 / 좋은생각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하고 교회를 정하기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마음에 쏙드는 교회와 목사님을 찾아 이교회 저교회를 기웃거린 것도 아닌데 교회 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처음 갔던 교회는 이웃 마을에 있는 교회였다. 우리가 이사온 날 이삿짐을 날라주기 위해 목사님과 사모님, 권사님 한 분이 이른 아침부터 오신데다가 가끔 먹거리를 가지고 찾아오셨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에 인사차 나갔던 교회다. 물론 그 교회에 정착할 마음을 가지고 예배에 참석했다. 그 교회는 간판도 건물도 없는 가정교회였다. 내가 갔던 주일에는 집 내부를 개조한 예배당에서 우리 가족까지 모두 10명이 예배를 드렸다. 우리 가족을 제외한 성도들의(목사님 포함) 평균 연령은 75세. 중, 장년이나 청년, 청소년이 단 한 명도 없는 교회였다. 이렇게 작은 교회, 이렇게 노인만 있는 교회는 난생 처음이었다. 며칠 후 심방을 오신 목사님께 나는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아이들을 위해서 청소년부가 있는 교회로 가야할 것 같다"고. 그때 일그러진 목사님의 얼굴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두 번째 갔던 교회는 단독 건물을 가진 읍내에 있는 교회였다. 30여 명이 모이는 교회는 청소년부 예배를 따로 드리고 있어서 아이들도 좋아했다. 더구나 내 또래의 사모님과 목사님은 우리처럼 도시에서 살다가 이곳으로 부임한지 얼마  안 되는 분들이셨다. 같은 처지, 같은 외로움을 느끼는 우리는 통하는 구석이 있음을 알고 반가워했다. 목사님과 사모님은 주중에도 나를 불러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길 원하셨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몰라도 될 교인들의 은밀한 행실과 교인들을 향한 불평불만을 목사님과 사모님을 통해서 듣게 되었다. 아직 교인들 얼굴도 익히지 못한 나에게 많은 불만을 쏟아내는 목회자에게 실망을 하고 나는 다른 교회를 찾아나섰다. 이렇게 두 교회를 거쳐 지금의 교회에 1년 전 정착하게 되었다.

 

[배부르리라]는 농촌 교회, 장애인 교회, 가정교회, 섬 교회, 도시 교회 등 10개의 작은 교회와 그곳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를 취재해 기록했다. 책에서 소개하는 교인 수 100명 미만의 작은 교회 목회자들은 하나같이 행복한 목회를 펼치고 있다. 그들은 대형 교회와 비교하며 절망하지 않는다.  한 영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지역 사회와 주민들과 하나되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주민들도 '우리 교회'라 부르고, “우리 마을에 교회가 있어서 좋다."는 소리를 들으며 인정 받는 교회들이다. 작은 교회는 경제적으로 도시 교회에 의존하지 않고 목사 스스로 건강한 노동을 해서 생계를 해결한다. 목사가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지면 작은 교회가 유지되고, 교회가 자립할 수 있고, 소신 있는 목회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소신 있는 목회는 건강한 목회로 이어지고 건강한 목회는 교인과 목회자 모두를 행복하게 해준다.

 

비록 외형은 작지만 규모나 크기, 숫자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제 갈 길을 묵묵히 가며 그 안에서 행복해 하고 신바람나는 목회를 하는 작은 교회는 분명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다. 모두 가난한 교회지만 더 가난한 이웃을 돌보고 섬기며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작은 교회는 주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교회다. 하나님을 알든 모르든 모든 지역 주민들을 섬기고 지역과 주민들을 위해 큰 일을 감당하는 작은 교회 목회자들은  하나님의 마음으로, 주님의 심정으로 사역하는 사람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꺼리고 피하려 드는 열악한 곳에서 행복한 목회를 펼치는 열 분은 삶으로 말씀하신다. 목회자의 소명과 목회자의 자세에 대해서.

 

책을 읽는 동안 이곳으로 이사와서 처음 나갔던 이웃 마을의 목사님 얼굴이 아른거렸다. 목사님께 큰 죄라도 지은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는데 우연히 읍내에서 목사님을 만났다. 함께 점심을 먹으며 마음 상하게 해드려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자, "나 같아도 그렇게 결정했을 거야,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교회에 다니'라고 오히려 나를 안심시키셨다. 죄송하고 고마운 마음에 콧등이 시큰했다. 이 책을 예쁘게 포장해서 목사님께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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