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화의 패턴 - 루스 베네딕트 서거 60주년 기념, 새롭게 탄생한 문화인류학의 고전
루스 베네딕트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08년 8월
평점 :
문화인류학 분야의 고전인 [문화의 패턴]은 원시부족들의 문화가 서구 문명과 인간에게 어떤 연관이 있으며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관한 내용이다. 루스 베네딕트는 부족 문화에 참여하는 개인들의 생활을 패턴화하고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조건화하는, 가장 근본적인 문화적 통합형태를 연구하고자 할 때 원시부족 연구야말로 가장 타당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원시부족 사람들을 연구함으로써 전통적 관습의 영향 아래 개인의 습관이 형성되는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섹스, 결혼, 친족, 사유재산, 사회단체, 예술 등 문화 인류학의 여러 주제들은 문화와 인간 행동의 관계를, 세 원시부족 문화의 여러 측면을 정밀하게 살피는 과정은 서양의 문명 과정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
루스 베네딕트는 주니 족, 도부 족, 쾨키우틀 족 문화를 현지 탐사를 통해 연구했다. 주니 족은 개방적이고 타협적이고 절제를 미덕으로 여기며 종교 행위에 집중하는 이성적인 아폴로 패턴이고, 도부 족은 의심과 경쟁, 배신의 거래를 강조하는 편집증적 패턴이고, 콰키우틀 족은 재산과 관련하여 과대망상적인 디오니소스 패턴이다.
주니 족은 의례행사를 중시하는 부족으로서 풍요로우면서도 복잡한 의례 생활에 높은 관심이 있다. 주니 족의 생활에서는 춤과 종교적 의례 활동이 가장 중요한 측면이다. 결혼과 이혼 같은 가정사는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어 개별적으로 알아서 처리하지만, 결혼과 이혼이 자유로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부부들이 평생을 함께 한다. 그들의 종교적 의례 활동은 개인의 부와 번영을 위한 것이 아니라 텃밭의 증가와 부족의 번성 즉, 공동체를 위한 것이다.
도부 족은 배신을 밥 먹듯이 하고 적대적이며 악의를 사회의 미덕으로 여기는 부족이다. 도부 족은 추장도 없고 정치 조직도 없고 합법성이라는 것도 없다. 질투, 의심, 배타적인 소유권 등은 결혼 제도에 명확하게 드러나지만 도부 생활의 다른 측면들을 고려하기 전에는 그 특징의 진면목을 이해하기 어려운게 도부 문화다. 모든 일상생활은 치열한 경쟁 관계이고 모든 이익은 패배한 라이벌에게 손해를 입히고 얻어진, 혹은 빼앗은 것이다.
척박환 환경에서 살았던 도부 족과 달리 콰키우틀 족은 많은 재산과 풍부한 재화의 공급에 기반을 둔 원시부족이다. 콰키우틀은 죽음을 최고의 모욕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친족의 죽음을 설욕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죽인다. 죽어줘야 할 사람은 죽은 사람과 지위가 같아야 한다. 일반인의 죽음은 일반인의 것으로 씻고, 공주의 죽음은 다른 공주의 죽음으로 씼는다. 추장의 가까운 친척이 죽었을 때, 그들은 망자의 집을 헤체하여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이틀의 초상 치르는 방법은 결혼이나 싸움에서 사용했던 것과 똑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보며 이런 문화도 있나, 싶었다.
세 부족의 문화를 차례로 만나면서 문화의 다양함과 모든 문화는 자연적 환경과 사회적 상황에 따라 독특한 성격을 지니며, 상대적이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문화의 다양성과 문화적 상대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저자의 주장대로 가치가 있고 그 가치가 반드시 절대주의 철학과 일치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사람들이 문화적 상대성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것은, 그 안에 본질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옹호하는 제도를 혼란 속으로 빠뜨릴 것 같기 때문이라는 그녀의 말에 동의한다. 어떤 민족의 문화가 다른 민족의 문화보다 더 수준 높은 문화를 달성했다는 '진화론'은 자기가 소속된 집단 이외의 집단은 모두 열등한 집단으로 보려는 인간의 우월의식에서 나온 근거 없는 이론이라며, 모든 문화는 소속 지역 내에서 동등하게 진화해 왔으며 단지 그 진화의 단계가 다를 뿐이라는 '문화 상대론'을 펼친다.
[문화의 패턴]은 세계 문화의 다양성과 그 가치를 인정하고 다른 문화의 이해하도록 돕는다. 또한 문화와 개인의 관계도 검토한다. 세 부족의 문화 패턴 중 우리는 도부 족처럼 질투하고, 콰키우틀 족 같은 허영심으로 가득하고, 주니 족 같은 달관의 모습을 지니고 있을 수 있다. 이는 한 개인이 속한 문화의 패턴을 거스르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개인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한다. 베네딕트는 이러한 노력이 개인에서 사회로 확산되기를 바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