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개오의 고백
E.K. 베일리 지음, 문지혁 옮김 / 가치창조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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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둑에 심겨진 뽕나무를 보면 삭개오가 생각나 배시시 웃음이 새어나온다. 이 나무에 삭개오가 올라갔단 말이지,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쓱 한번 쳐다본다. 뿌리부터 가지, 잎, 열매까지 요즘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각광받는 뽕나무는 버릴 게 하나도 없는 고마운 나무다. 뽕나무를 직접 보기 전에는 우람하고 큰 나무인 줄 알았는데 우리집 밭둑에 있는 열댓 그루의 뽕나무는 그렇지 않다. 누군가 오래 전에 심어 이미 다 자란 나무인데도 줄기와 가지가 꽤 가느다랗다. 키 작고 조그만 삭개오가 올라갔으니 망정이지 덩치 큰 남자가 올라갔다간 가지가 뿌러질 정도로 연약해 보인다. 여리고의 뽕나무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 나무에 올라간 삭개오를 동화로 만났다.

 

[삭개오의 고백]은 삭개오가 예수님을 만나기 까지의 과정을 동화 형식으로 구성해 놓았다. 삭개오는 부자 중의 부자였으며, 세리 중의 세리였고, 죄인 중이 죄인이었다. 삭개오가 부자 중의 부자였다는 것은 부정한 방법으로 세금을 징수했다는 반증이며, 세리 중의 세리였다는 것은 몰인정했음을 내포하며, 죄인 중의 죄인이었다는 것은 부정하고 타락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 틈에 섞이지 못하고 외톨이로 살 수밖에 없었을 터. 이런 삭개오에게, 어차피 외면당하고 미움받을 바에야 돈이라도 왕창 모으자는 심리가 작용했을 것도 같다. 하지만 돈이 많이 모일수록 그는 점점 더 깊은 고립과 외로움을 느꼈을 것이다.

 

삭개오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걷기 위해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가족이 없는 눈 먼 사람과 12년 동안 혈루증을 앓는 여인과 알몸으로 무덤 사이를 뛰어다니며 소리를 지르는 남자의 아내와 아들이 죽어 장사 지내러 가는 과부를 차례로 만났다. 그들은 한결같이 세금을 낼 수 없는 이유를 대며 한 달 후를 기약했다. 한 달 후 그들을 찾아간 삭개오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다. 그 놀라운 광경은 삭개오를 뽕나무에 오르게 만든다.

 

삭개오가 뽕나무 위로 올라간 이유는 "끓어오르는 그의 영혼이 오직 예수님 안에서만 만족과 안식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부끄러움과 수치심, 사람들의 비웃음과 조롱을 견디게 만든 것은 4 사람이 들려주고 보여준 너무도 확실한 삶의 변화와 영혼을 만족시키는 참된 기쁨을 소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높은 지위, 많은 재물로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 삭개오는 뽕나무에서 예수님과 눈이 마주친다. "삭개오야 내려오너라." 이 말씀은 허망한 것을 붙들고 끝없이 올라가려는 우리들에게 지금 하시는 말씀이다. 참된 만족과 행복은 욕심의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 불안한 나무 위에서 평안의 그늘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란 깨달음을 준다. 삭개오의 용기있는 행동이 잔잔한 기쁨과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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